[현장스케치] “벌써 다음 달 기다려져”…용산보훈회관에 차려진 따뜻한 한 끼유공자에서 유가족·후손으로 이어지는 보훈회관의 달라진 풍경…정기 봉사 기다리는 어르신들
이날 식사 봉사의 수혜자는 유공자 22명을 포함해 총 30명. 매달 이어지는 정기 봉사인 만큼 어르신들도 비교적 익숙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월례회를 마친 직후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최영식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용산지회장은 봉사자들을 향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박수를 보냈고, 행사 말미에도 다시 한 번 박수로 마음을 전했다.
■ 식사 후 더 길어진 이야기
최근 새로 부임한 6·25참전유공자회 임원도 음식 나르기를 거들며 자리를 함께했다. 봉사자와 유공자, 보훈회관 관계자들이 한 공간에서 움직이는 풍경은 이날 식사가 단순한 배식 이상의 자리임을 보여줬다.
이날 현장에서 더 인상적이었던 건 식사 후 이어진 대화 시간이었다. 봉사자들은 어르신들과 마주 앉아 안부를 묻고, 지나온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 유공자는 헤어질 무렵 “또 한 달을 기다려야 되냐”고 말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이렇게 가족도 못하는 걸 해주어 고맙다”고 했다. 짧은 인사 같았지만, 매달 이어지는 봉사가 어르신들에게 적지 않은 기다림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봉사자들이 들은 이야기는 묵직했다. 1932년생 문명철 어르신은 고령에도 정정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켰고, 일본에서 훈련을 받았던 시절과 전쟁 동원, 휴전 뒤 북한에 머물렀던 시간까지 특별한 삶의 이력을 들려줬다고 한다. 오래전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뒤 홀로 지내고 있다는 말에는 봉사자들도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 달라진 참석자, 이어지는 기억
93세의 또 다른 유공자는 당시 특전사와 비슷한 임무를 맡았던 경험을 전하며, 전투보다 간첩 색출과 내부 혼란 속에서 더 많은 민간인 피해가 났다고 기억했다.
전역 뒤 다시 영장을 받아 재입대해야 했지만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이야기에는 안타까움도 묻어났다. 한 끼 식사를 함께하는 동안 전쟁은 교과서 속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누군가의 몸과 기억에 남아 있는 현재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이번 봉사에서 예전과 달라진 점도 있었다. 그동안은 대부분 참전유공자 본인들이 자리를 채웠지만, 이번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참석한 아내, 아버지와 함께 온 60대 후반의 딸, 70대 초반의 유공자 자녀, 6·25 후손 2명까지 함께했다. 참전유공자들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보훈회관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한 봉사자는 홀로 참석한 한 할머니와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남편은 독립운동 유공자였고, 시아버지와 시할아버지까지 3대가 독립운동에 참여한 집안이었다는 설명에 봉사자는 “정말 자랑스러운 가문”이라고 화답했다. 전쟁과 독립의 시간은 그렇게 가족사를 통해 다음 세대로 건너오고 있었다.
■ 작은 식사, 오래 남는 온기
봉사자들에게도 이날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유공자들을 처음 만나 긴장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경계보다 반가움으로 응답했다.
식사를 차리고 이야기를 듣고 배웅하는 짧은 과정 속에서, 봉사자들은 참전유공자들을 기억하는 일이 거창한 구호보다 일상의 만남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용산보훈회관에서의 한 끼는 그렇게 끝났다. 그러나 식탁 위에서 오간 인사와 박수, “다음 달을 또 기다려야 하느냐”는 말은 계속해 뇌리에 감돌았다.
참전유공자들이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도, 그 기억만은 유가족과 후손, 그리고 그들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손을 통해 조금씩 이어지고 있었다. <저작권자 ⓒ 뉴스쉐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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