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치산 시인, 삶의 체험을 시로 승화
‘제16회 원주문학상’, ‘들꽃요양원’ 연작 10편의 시 수상
조민지 기자 | 입력 : 2011/12/12 [22:21]
(뉴스쉐어=강원본부) 정치산 시인(46, 여)은 ‘2011 리토피아 봄호’로 등단했으며, 원주문학상심사위원회가 주최한 ‘제16회 원주문학상’에서 ‘들꽃요양원’ 연작10편의 시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그녀는 요즘 인기 있는 ‘꽃남’들을 내 옆에 두고 싶은 마음을 담은 ‘남자를 훔치다’, 고인돌 모양의 구름위로 지는 해를 보고 장례식을 연상해 쓴 ‘해의 장례식’ 등 스쳐지나갈 수 있는 단면적인 일상에서 일어 날 수 있는 상황들을 상상해 그려나간다.
그중 ‘들꽃요양원7-프로크루스테스의 후예’라는 시는 자기생각의 틀에 가족들을 맞추려는 어느 권위적인 남편의 모습을 보고 썼다. 그 모습을 형상화 해 자기만의 절대적 관념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려는 인간의 아집과 편견을 표현했다.
‘그는 어떤 모양이든 네모로 만들 수 있는 마술사다/(중략)/세모난 아내의 생각을 쪼아내고, 동그란 아내의 행동을 네모난 틀에 넣어 네모로 성형한다/딸의 팔각형 생각을 쪼아내고, 아들의 육각형 생각도 쪼아 내어 네모로 다듬는다/(중략)/그의 가족들은 네모로 구겨져 숨죽이고 있다/’라고 자기생각의 틀을 가진 사람들을 도형에 비유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혀 행인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늘려서 죽이고, 크면 다리를 잘라서 죽인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노상강도를 말한다.
정치산 시인은 사람들의 독특한 행동들 속에서 영감을 얻는다.
‘인셉션’ 영화를 본 뒤 ‘들꽃 요양원’ 연작 시 중 하나를 썼다. 그녀는 “당뇨합병증으로 다리를 절단한 젊은 남자환자가 매일 졸고 있었다”며 “졸고 있는 그 모습을 보는데 왠지 ‘꿈속에서는 자유로웠던 과거 시절로 돌아가 날아다니는 게 아닐까?’라는 상상으로 시를 썼다”고 전했다.
정치산 시인은 “시를 통해 힘들 때 희망이 되어 와 닿고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소외된 사람들을 따뜻한 시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치산 시인은 삶의 체험을 시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우수하다. 대상을 바라보는 진지한 시선의 깊이, 선명한 이미지, 주제를 형상화하는 언어 감각 등 오랜 습작 기간을 거쳐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점이 높이 평가 받고 있다.
강원본부 = 조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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