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추천]섬세함으로 무장한 영화 – 왕의 남자爾: King And The Clown
[영화추천] 섬세함으로 무장한 영화 – 왕의 남자 .by 박하얀
爾: King And The Clown
워낙 여러 면으로 평이 많았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네요. 조금 더 부담 없이 추천을 할 수 있으니. 동성애 영화라는 호기심에 본 사람들도 많을 거예요. 아무래도 당시 이러한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거나, 대대적으로 홍보되기도 처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동성애적 코드만이 이 영화를 표현하기란 너무나 얕습니다. 보다 깊이 있게 향한다면 우리는 인물들 간에 서로 얽히고설킨 복잡한 감정선을 엿볼 수 있겠죠.
원작으로 연극 ‘이’가 있습니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대게 스토리가 탄탄하기 때문에, 원래 원작을 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실망을 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인물을 재창조하는 것은 아무래도 배우라 할 수 있습니다. 원작과는 전혀 다른 인물들이 나오기도 하죠.
미치광이 폭군으로 묘사되는 연산의 체념적 광기라든가, 권력과 애정의 저울에 서서 욕망을 드러내는 장녹수, 연산의 외로움을 연민하며 동시에 자신을 위로하는 공길,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예술적 순수를 투사시켜 지키려하는 장생의 미묘한 감정.(이것이 사랑일지 우정일지, 하나로 표현하기는 어렵겠네요)
너무나 섬세해서 인물들의 감정을 쉽사리 정의내리기는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은 자신이 창조한 인물과 하나가 되죠. 특히 연산 역을 맡은 정진영의 경우, 공길과의 짧은 키스신을 통해 결핍된 애정을, 장녹수와의 관계인 ‘저열한 욕망’이 아니라 ‘죄책감, 절박함, 애절함 등’을 보여줍니다. 후일담으로 알게 된 것은, 이 키스신이 즉흥적이었다는 것이죠. 그의 눈빛은 시종일관 미친 듯 잔인하며, 실없듯 내려앉아있습니다. 단연 감탄스러울 수밖에요. 장생과 공길의 이야기이지만, 어쩐지 가장 몰입된 인물이 연산이었던 것도 바로 이 탓입니다.
섬세하고 연약한 네 명의 주인공들. 그들의 외침이 진실하게 다가온다면, 이것이 <왕의 남자>의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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