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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시간의 흔적을 걷다' 군산 경암철길마을

1944년~2008년 운행, 추억 쌓는 명소 탈바꿈

이연희 기자 | 기사입력 2016/02/13 [19:19]

[여행] '시간의 흔적을 걷다' 군산 경암철길마을

1944년~2008년 운행, 추억 쌓는 명소 탈바꿈
이연희 기자 | 입력 : 2016/02/13 [19:19]
▲ 전북 군산 경암철길마을에는 소소한 볼거리들이 있다.    © 이연희 기자

 

“어린 시절 철길에서 종종 놀곤 했는데 이렇게 관광지가 될 줄 몰랐어요.”

 

2008년 7월 1일 기차 운행이 중단된 후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전북 군산시 경암동 철길마을에는 오래된 집과 건물, 낡은 선로가 남아있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장면과 같은 묘한 풍경에 군산에 여행을 온 사람들은 이곳을 자주 다녀간다.

 

명절 끝 무렵 찾은 마을은 제법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었다.

 

길을 지나던 한 주민은 “이곳에 하루에 수천 명씩 다녀간다. 어제도 연휴라 그런지 만 명 정도 다녀간 거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철길 위로 아빠의 손을 꼭 쥔 어린 두 남매가 아슬아슬 중심을 잡으며 걷는 모습이 번잡한 도시 생활 속을 벗어난 여유 있고 소박한 행복을 보여주는 듯했다.

 

▲ 철길마을에는 가족, 연인, 친구 등 다양한 계층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 이연희 기자

 

선로에는 ‘20xx년, x월, x일 xx 다녀감’ ‘○○과의 첫 여행’ 저마다 왔다간 흔적을 남긴 낙서가 추억으로 새겨졌다.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작은 가게들과 추억의 군것질거리를 파는 상점들, 따뜻한 파스텔 톤으로 새로 단장한 벽화 등과 어우러진 철길의 풍경은 연인들과 여행객들의 카메라 셔터를 끊임없이 누르게 만든다.

 

기차 운행 당시의 이 철길에는 기차와 함께한 마을 주민들의 삶이 가득했다. 기차가 지나갈 땐 철길 양쪽으로 거주지를 마련했던 마을 사람들은 벽에 바짝 붙어있거나 길에 널어놓았던  고추며 생선 등을 잠깐 집에 들여놓고 강아지도 불러들여 기다렸다.

 

그중 많은 사람들은 이사 가고 몇 가구만 남은 현재 철길마을은 최근 여행코스로 조성돼 벽화나 새로운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여행지의 면모가 보이지만 밖에 마을의 옛 정취는 건재하다.

 

마을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폐쇄된 짧은 철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천천히 걸으며 사색을 즐기거나 이색적인 모습을 눈과 사진에 담는 이들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여행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사진 애호가들의 출사지로 명성을 얻기 시작해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의 무대로 등장하기도 했다.  

 

대전에서 온 한 커플은 삼각대를 세우고 셀프촬영을 하거나 고즈넉한 마을의 모습을 담아가기 위해 구도를 잡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다른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이색적인 광경이라서 사진 찍기 좋은 장소인 거 같다”라고 전하며 다시 철길을 거녔다.

  

▲ 철길마을에는 아직 살고 있는 주민이 있어 옛 시간의 흔적과 현대의 묘한 풍경들을 찾아볼 수 있다.     © 이연희 기자

 

철길 마을의 탄생 배경은 이러하다. 이곳에 철길이 생긴 것은 194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5km 규모로 신문용지 제조업체 ‘페이퍼코리아’사의 생산품과 원료를 군산역까지 운반하는 용도였다.

 

마을이 있는 경암동 일대는 일제강점기 때 바다를 매립해 방직공장이 세워진 곳이다. 해방 후에는 이 지역이 정부에서 관리하는 주인 없는 땅이 됐다. 자연스레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마을이생겼다. 그리고 마을을 가로질러 약 1.1㎞ 철길이 통과하는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이 몰려들 때쯤 시에서는 경암동 폐철도 500m 구간을 정비하고 인근에 방치된자투리 공간에 주민과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쌈지공원을 조성했고 추억의 탐방길로 손꼽히고 있다.

 

연휴를 맞아 고향을 찾은 한 30대 남성은 철길마을에 대한 남다른 추억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어렸을 때 철길 마을 근처에 살았던 적이 있다. 마땅히 놀거리가 없었던 시절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위험한 놀이를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기차가 지나기 전 대못을 철길에 올려놓고 기차가 지나가면 칼로 변하는 걸 보고 어린 나이에 나름의 연금술(?)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라며 고향에 내려와 최근 관광지로 변모한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두 20대 여성도 기찻길에서 한 참 머물러 벽화를 배경 삼아 다양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모습을 보였다. 일산에서 함께 여행을 온 이들은 “마을이 조용하고 소소한 볼거리와 운치가 있어서 좋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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