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쉐어 NewsShare -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정론!

[현장]'오묘한 조합' 사찰에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군산 동국사, 역사 아픔 지닌 국내 유일 일본식 사찰

이연희 기자 | 기사입력 2016/02/18 [09:12]

[현장]'오묘한 조합' 사찰에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군산 동국사, 역사 아픔 지닌 국내 유일 일본식 사찰
이연희 기자 | 입력 : 2016/02/18 [09:12]
▲ 전북 군산시 금광동에 있는 동국사는 국내 절과 달리 단청이 없고 일본식 양식을 한 사찰이다.    © 이연희 기자

 

또 한 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별세 소식이 전해진 지난 15일 오후. 하늘에서도 이를 아는지 조용히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찾은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전북 군산 금광동 ‘동국사’에도 간밤에 내린 눈이 얇게 쌓였다. 절 입구로 들어서니 국내에서 보기 드문 생소한 양식의 절이 눈에 띈다.
 
유난히 길게 빠진 지붕과 전통 가옥처럼 보이지만 단청이 없는 뭔가 다른 가옥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왼편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찾아온 추위로 얼어붙은 차가운 땅 위에 선 소녀상의 목에는 목도리가 둘려 있었다.

 

소녀상은 조국을 향해 해안가에 서서 처연하고 간절하게 바라보며 상념 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또 대한해협을 상징하는 사각 연못을 제작해 얼굴이 비치도록 설계됐다.

 

▲ 뒤에서 바라본 소녀상의 모습 속에 고통 속에 조국을 바라보는 처연한 모습이 담겨있다.    © 이연희 기자

 

절 안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처음 보는 사람은 참으로 오묘한 조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동국사의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동국사는 국내에 남은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다. 해방 후에는 일제 강점기 지어진 사찰은 헐려 대부분이 사라졌다. 그중 동국사는 그때 모습 그대로 남아 지나간 일들을 증명하면서 2003년 등록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됐다.

 

당시 한국 땅에 일본불교를 전파한다는 명목 아래 사찰이 세워진 건 단순 포교 목적뿐 만은 아니었다. 조선의 전국에는 500여 개의 일본사찰과 포교소가 식민지 수단으로 세워졌다.

 

이렇듯 동국사는 침략과 수탈의 역사 가운데 세워진 아픔을 지닌 절이기에 군산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가 작년 8월에 이곳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것과 깊은 의미와 연관성을 가진다.

 

▲ 작년 8월에 동국사 경내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소녀상 뒤로 보이는 것은 일본인의 만행을 참회하는 참회문을 새긴 비석이다.    © 이연희 기자

 

50대 한 부부는 한참이고 이 절들을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조용히 절을 소개하는 팻말을 읽었다. 그들은 소녀상을 보고 “방송에서만 접했던 평화의 소녀상을 절에서 처음 직접 보게 됐는데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소녀상 뒤에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2012년 9월에 세워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의 만행을 참회하는 참회문을 새긴 비석이다.

 

이 참회비는 일본에서 동국사를 지원하는 모임인 동지회 회장인 이치노혜 쇼고 아오모리 운상사 주지 스님의 주도로 일본 불교계에서 비용을 부담하여 세운 것이다.

 

비석에는 일본 최대 불교 종파인 조동종의 일본 승려가 1992년 발표한 참회문을 왼쪽에 일본어 원문을, 오른쪽에는 한글 번역문을 각각 새겨놨다.

 

내용은 과거 명성황후 시해 폭거와 일본식 성명 강요로 국가와 민족을 말살하는 과정에서 조동종 승려가 민중 회유와 첩보 활동에 나섰던 사실을 고백하고 있다.

 

동국사의 본래 이름은 금강선사로 1910년 일본 승려 우치다 붓칸이 일본불교 조동종 사찰로 문을 연 뒤 1913년 현재 자리로 옮겨졌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승려가 운영하다 1945년 미 군정에 몰수된 금강선사는 1947년부터 현재의 동국사로 바뀌었다.

 

동국사는 지붕이 높고 창이 많은 일본 에도시대 건축양식을 그대로 사용한 100년 전 일본식 사찰의 모습을 하고 있다.

 

대웅전 한 중앙에는 보물 제1718호로 지정된 소조 석가여래삼존상이 있다.

 

▲ 다른 법당에서 달리 동국사 대웅전 안에는 조선 침탈 관련 자료들이 꾸준히 전시돼 역사를 알리고 있다.    © 이연희 기자

 

그리고 대웅전 안에는 조선침탈 관련 자료가 꾸준히 전시되고 있어 방문객에게 일본의 무단통치 참상을 알리고 있다.

 

이날 동국사를 찾은 사람들은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부터 배낭을 메고 삼삼오오 친구들과 여행을 온 대학생들과 가족여행을 온 사람들까지 다양했다.

 

주택가 골목 안에 자리한 동국사에 첫발을 들이는 사람들은 절제되고 소박한 건물의 위용과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경관을 보며 절로 감탄을 한다. 하지만 절을 둘러보고 나가면서 “뭔가 마음이 착잡하고 애통하다”라며 입을 모아 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차분하고 엄숙함이 어울리는 절이지만 동국사에서는 우리가 그동안 느꼈던 엄숙함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전해지는 듯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이동
메인사진
멱살 한번 잡힙시다, ‘임신’ 김하늘, 연우진 VS 장승조 사이 어떤 선택할까? ‘마라맛 전개’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