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전북 군산시 조촌동 시청 앞 도로변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 이연희 기자

[뉴스쉐어=이연희 기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중단 위기를 맞고 도크 폐쇄가 기정 사실화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근로자를 비롯한 가족, 사내·외 협력업체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군산조선소는 매해 대형 선박 12척 이상을 건조해 매출 1조2천억 원을 기록하며 군산경제 20%, 도내 수출 8.9%를 담당해 지역 경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군산조선소가 보유한 도크를 폐쇄할 경우 5천여 명의 조선업 근로자의 실직과 산업 붕괴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이번 도크 폐쇄가 가시화되면서 현대중공업 본사가 있는 울산조선소로 옮기는 일부 인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외 인력은 실업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군산공장에서 근무하는 A(36)씨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회사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년에 첫 아이가 태어나는데 기쁨보다는 무거운 마음과 함께 초조함이 앞선다”며 불안한 심정을 전했다.

또 다른 직원 B(32)씨는 “별다른 회사의 지시가 없어서 기다리는게 할 수 있는 전부다”라고 말했다.

관련 업체들의 사정은 벼랑 끝에 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16일 한 군산조선소 협력 업체 대표가 ‘회사가 많이 어렵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까지 벌어졌다.

지금까지 14개 협력 업체가 문을 닫고 9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조선소 협력 업체에 근무하는 남편을 둔 주부 B(44)씨는 “어쩌면 군산지역에서 조선업의 쇠락은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는 말도 있다”라며 첫 마디를 뗐다. 이번 사태가 현재 시국과 정부 정책 등과 관련해 무성한 소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B씨는 곧 체념한 듯 “근로자와 가족들이 당면한 현실은 참담하지만 무슨 정답이 있겠나. 나도 시간제 일이라도 하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라도 당장 살길을 찾는 게 급선무다”라고 전했다.

▲  지난 8일 군산시청사에 군산조선소를 지켜내자는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 이연희 기자

이처럼 B씨와 같이 경제난 여파로 직접 일터에 뛰어든 여성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7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별 고용조사 경력단절여성 및 사회보험 가입현황’에 따르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울산과 군산이 속한 전북 지역의 경력단절 여성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기준 14~54세 여성 중 비취업여성이 368만8천 명이며 이 가운데 결혼, 임신과 출산, 육아, 자녀교육, 가족돌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은 190만6천 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14만7천 명이 줄어든 수치다.

특히 전북의 경력단절 여성이 전년 대비 1만3천 명(-22.2%)이 줄어 크게 줄어들어 전국에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한편, 지난 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야 3당이 주관해 ‘군산조선소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폐쇄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군산조선소에 물량을 최우선 배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군산조선소 협력업체 이홍렬 대표는 “준비한 선박펀드 상당 부분을 군산지역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데 쓰이도록 지정 할당해서 한정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한다”라고 주장했다.

군산대학교 최연성 교수는 “정부에서 조기 발주하는 물량이 동남권 조선단지에 집중되는 만큼 현대중공업에서 수주하는 대형 상선, 유조선 물량을 군산조선소에 우선 배정하는 긴급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