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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창작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열망

인천시, 근대와 현대를 연결하는 전시회로 시민과 함께 공감하다

정혜영 기자 | 기사입력 2016/12/13 [18:25]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창작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열망

인천시, 근대와 현대를 연결하는 전시회로 시민과 함께 공감하다
정혜영 기자 | 입력 : 2016/12/13 [18:25]
▲ 10일, '2016 인천청년예술제' 오프닝에서 관객들이 전시회 구경을 하고 있다.    <사진=올게이츠 기획단>

 

[뉴스쉐어=정혜영 기자] "째깍! 째깍!"

 

지난 12일, 인천 중구에서 열리고 있는 '인천청년예술제'. 청년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 하나하나가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듯 낡고 오래된 건물 사진과 영상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세계를 여는 미디어아트가 눈을 현혹한다. 오래된 건물 사진을 보면 "거기서 사람이 살았을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관객들은 한 작품 앞에만 서면 한참을 들여다보곤 했다. 살짝 찌푸린 미간에서 '이게 뭐지..?'라는 표정을 짓는다.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작품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작가의 설명을 듣고 난 후다. 한 관람객은 설명을 들으면서 "아하! 와아!"를 연발했다.

 

오는 18일까지 진행되는 '2016 인천청년예술제 올게이츠(All Gates 모든 문)'. 인천에는 보이지 않게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청년예술가들이 많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흩어져 있는 청년예술인들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형태를 갖추고 기획단계부터 사업준비, 진행까지 청년문화예술인들의 나아갈 바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 출발을 알리는 올게이츠는 '바로그시장'이라는 기존 활동작가들과 신진 작가들의 협력 전시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시회에서는 시각예술공간·설치예술·설치·사진·음악·영화·출판·퍼포먼스·그래픽디자인·이벤트·프로젝트 등 다양한 볼거리 뿐만 아니라 낙후된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을 한 눈에 조명한다.

 

지하1층부터 지상1층과 2층, 외부 등 여러 장소로 나눠져 있으며, 전시회 본 건물 지하와 1층에서는 '올게이츠', 2층에서는 '바로그시장' 이라는 제목으로 총44팀이 만들어내는 작가들의 퍼포먼스를 통해 사라져가는 문화와 다가올 미래의 문화를 열어간다.

 

▲ 지하1층애 설치 미술이 전시돼 있다.    <사진=올게이츠 기획단>

 

◇ 지하1층, 전쟁의 비극과 상처

 

지하로 내려가니 깜깜한 게 머리끝이 쭈뼛 섰다. 마치 영화관처럼 어두운 곳에 강렬한 빨간색으로 피 흘리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사람이 눈을 가린 채 밧줄에 묶여있거나, 거적으로 덮어놓은 시체가 있고 그 옆에는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슬피 울고 있는 등 전쟁으로 죽거나 고통 받는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 속에서는 겁먹은 듯한 한 군인이 총칼을 휘두르고 있으며 또 다른 영상은 칼에 찔리거나 혹은 총을 맞으며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전쟁의 끔찍함을 엿볼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강화 등 여러 지역에 걸쳐 민간인 학살 현장에 있었던 증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설명서가 출입구 쪽에 걸려 있었다.

 

▲ 12일, 김재민이 작가가 관객에게 '낙원여인숙'이라는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정혜영 기자

 

◇ 1층, 차별과 빈부의 격차, 현실의 삶 속에서 자유와 평화를 부르짖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색 바랜 광고 전단지가 빼곡히 벽면에 전시돼 있고 맞은 편 벽에는 '낙원여인숙'이라는 사진 속 간판과 함께 곰팡이가 피고 낡고 좁은 집안의 구조를 영상으로 찍은 화면이 흐르고 있다.

 
영상 속 '낙원여인숙'은 실제로 인천의 한 여인숙 건물에 얽힌 이야기다.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그리 넓지 않은 오래되고 거무튀튀하게 곰팡이가 피어있는 여인숙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다. 노인은 자신의 방만큼은 깔끔하게 정돈한 채 살았다. 병원을 자주 드나들던 노인은 어느 날 집을 나간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서울에서 온 40대로 보이는 한 관람객은 "인천이라는 지역은 다양한 문화가 많이 형성돼 있는 곳이다. '문화를 만나려면 인천으로 와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번 전시회도 뭔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뜻이 있는 것 같다"고 의미 있는 소감을 남겼다.


창문에는 지금의 시국을 표현한 듯 횃불을 들고 있는 사람과 함께 'PEACE' '물러나라'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취직을 하고 싶은 간절함을 담은 듯 '서류를 제출했는데 왜 연락이 없지 내가 먼저 연락해도 될까'라는 문구가 쓰여 있어 실업자가 많은 현 시국을 풍자했다.


옷걸이에 하얀 셔츠가 걸려있고 그것은 나만의 셔츠를 의미한다고 했다.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 자유로운 세상을 꿈 꾼다'라고 적혀있는 종이카드가 매달려 있기도 했다. 관객들의 소망을 담을 카드라고 작가가 설명했다.


철도 사진을 미디어로 표현한 작품 앞에서 관객의 발걸음은 한참을 머문다. 사진 속 철도는 쭉 뻗었거나 구부러졌거나 혹은 깔끔한 도시 철도의 모습과 철길 외각에 지저분하고 음침한 담장너머 뒷길,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썩어가는 내부 모습을 연상케 했다.


지역과 지역을 오가는 시민들의 모습 속에 애환이 서려있는 듯 했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인천재래시장과 시장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은 왠지 코끝이 찡해온다.


현재 세월호에 관련된 작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지명수배'라는 제목으로 전단지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김재민이 작가는 "구도심은 근대화의 그늘이 짙은 곳이다. 인천이라는 도시의 운명을 공감하며 살고 있는 작가들이야말로 인천을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와 함께 인천에 대해 공감하며 고민하고 있는 것들을 풀어보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단지를 보면 뭔가 억압하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힘내세요' 등의 문구를 보면서 힘을 얻고 기분이 좋기도 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 12일, 남,녀의 성에 대한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가 담긴 작품 들.    © 정혜영 기자

 

◇ 2층, 성(性)에 관한 사회의 부조리 풍자

 

'노동요·단어카드·고추담금주·성인책갈피'라는 소제목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있었다. 단어카드는 최근 온라인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은어들을 수집해 작품화 했다. 고추담금주는 성인 남성의 생식기를 상징하는 모형들이 적나라하게 전시됐다. 사회적으로 약한 여성에게 가해지는 남성의 권력과 힘에 의해 피해를 입고 무너지는 여성(性)을 표현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한 여성의 하체 부분만 속옷으로 살짝 가린 채 등장한 영상에서는 쇠막대·숟가락·국자 등 각종 도구들을 생식기 부위에 갖다 대고 힘을 가하자 멀쩡하던 것들이 구부러지고 망가지며 못쓰게 됐다. 그동안 '꽃'이나 연약함으로 규정돼오던 여성의 생식기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 위해 차력쇼를 준비한 것이다.


청년작가들의 고뇌가 작품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는 보기 드문 청년예술인들의 난장이 벌어진 현장이다. 44명의 작가들이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실제 장소를 탐험하고 추적하면서 한국사회 문화의 일부가 돼버린 세습화된 권력과 부조리함의 현실을 풍자로 풀어냈다.


진나래 올게이츠 기획단 작가는 "인천이 인구가 많고 문화적인 스토리가 있어요. 그런데 비옥한 토양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죠. 그 토양을 활용해 젊은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됐으면 좋겠어요.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며 대중들도 흥미를 가질 만한 배경이 바로 인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년에 1회 정도는 작가들이 이런 작품 활동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예술가에게는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지원은 하되 작가들의 표현과 창작의 자유는 주었으면 좋겠다"고 소희를 밝혔다.


인천시 관계자는 "동인천은 화려했던 시절을 지나 한동안 외면 받는 원도심으로써 고민이 많았던 지역이었다. 최근 저렴한 임대비로 예술가들의 유입과 근대 개화기의 역사 문화적 요소가 어우러져 새로운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동인천에 각양 각색의 계로 통하는 문들을 열어, 청년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의 예술 인프라는 300만 인구와 광역시라는 타이틀에 비해 초라하다. "현재의 미술은 창작이 일어나는 장소와 시대적 조건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미술 이론가들은 입을 모은다. 예술가들은 최초의 서구식 호텔과 커피, 최초의 우체국, 제물포구락부, 차이나타운과 일본식 주택거리가 있는 원도심과 신도시, 주거지와 산업단지 등에서 예술과 일상 사이를 연결하는 이야기를 발굴해 낼 것이다.

 
인천시가 주회하고 인천문화재단이 주관한 이번 전시회는 올게이츠 기획단 010-9312-4636 / info.magyeincheon@gmail.com, 홈페이지 https://www.facebook.com/allgates2016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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