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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의 생활이야기] 가방끈의 의미

박혜진 칼럼리스트 | 기사입력 2011/11/13 [16:52]

[박혜진의 생활이야기] 가방끈의 의미

박혜진 칼럼리스트 | 입력 : 2011/11/13 [16:52]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고단한 여정이 끝났다. 수능시험이 끝난 시간부터 뉴스마다 이런저런 소식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예나지금이나 대학입시는 국가적 행사임에 틀림없다. 이번에는 EBS수능대비에서 70%이상 연계해서 출제된 덕분에 사교육 대응책이 성공했다는 분석도 있어 반가웠다. 해마다 수능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 시장에서는 얼마나 다양한 대책을 내놓는지 공교육이 따라잡지 못해 사교육비 증가를 부추기는 수능정책이라는 비난이 많았으니 말이다. 11월치고 날씨도 따뜻해 수능한파도 없었고, 1교시 시험을 마치자마자 옥상에 올라가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수험생도 없는 듯해 수험생 자녀를 둔 것도 아닌데 마음이 편했다. 온 나라의 관심을 받는 수능시험을 치르면서 1년 동안 몸도 마음도 지쳤을 수험생들 생각하면 대학이 새삼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수능 뉴스에 이어 나온 뉴스거리가 참 난감한 문제였다. 청년실업률이 소폭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늘지 않았으니 반길 소식이지만 잠재적 실업자를 감안하면 실제 실업률은 언론에 나오는 것보다 높다는 점도 보도 되었다. 대학을 나와도 100만원 안팎을 버는 비정규직, 계약직 직원이 많다는 것이다. 누구나 높은 연봉을 받는 대기업에 채용될 수는 없고, 우리 체감 경기도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보니 청년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도 넉넉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1학기에 천 만 원에 육박하는 고액 등록금을 내고 4년 동안 대학을 다닌 걸 감안하면 참 경제적이지 못한 활동임에 분명하다. 대학이 취업까지 책임질 거란 기대를 하고 다니진 않지만 참으로 무책임한 체제라고 생각한다. 항상 졸업생의 취업현황을 파악해서 ‘우리는 몇 %의 취업률을 자랑합니다.’라고 광고하지만 그 졸업생이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대학은 무엇을 했는가? 하다못해 본인 대학 학생들을 위해 기업을 다니면서 일자리를 구할 순 없었을까? 돈을 벌기 위해 학생들을 유치하기에만 급급했지 정작 대학들은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 하는 것엔 관심이 없는 듯해 안타깝다. 결국 등록금 부담도, 취업 부담도 모두 우리 청년들의 몫인 것이다. 대학이 캠퍼스를 현대식으로 건물들을 디자인하고 있을 때 우리 교육 현실은 어쩐지 그 건물들의 세련됨을 따라잡지 못하는 느낌이다. 이젠 대학의 간판이 학생들의 미래를 보장해주지도 않는데 대학들은 하나같이 엉뚱한 곳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업의 협찬을 받아 건물을 지어 기업 홍보식의 건물명을 붙여주는 대신 일자리를 협찬 받을 순 없나?

며칠 전 뉴스를 보니 대학 2곳이 또 퇴출되었단다. IMF금융위기 때 대학을 다닌 내 경험에 그 당시 수많은 기업들과 직원들이 퇴출당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업 뿐 아니라 대학도 퇴출당하는 시대가 되었다. 각종 재단 비리, 교육 시설 미비 등 이유도 다양한 대학 퇴출에 마음 한 켠이 쓸쓸했다. 직업에 귀천이 없듯이 공부를 하는 장소에 귀천이 어디 있겠냐마는 우리의 현실은 대학을 서열화해놓고 소위 SKY를 필두로 성적에 따라 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내 꿈과는 상관없이 어디든 성적만 되면 가게 되는 것도 대학인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다니던 대학이 퇴출된다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망연자실해한 우리네 아버지들 모습이 떠오른다. 허망하고 씁쓸한 마음을 본인이 아니면 누가 알까 싶다. 성적 때문에 가게 된 대학이었어도 그 안에서 미래를 꿈꾸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성실하게 한 우리의 대학생들에게 ‘퇴출대학 출신’이라는 낙인으로 또 하나의 상처가 되는 건 아닌가 싶다. 대학 면접 당시 교수님이 내게 하신 말이 있다.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공부하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 그러나 여전히 장소는 중요한가보다. 서울인지 지방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취업이 잘 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안 없어지는’ 것도 중요해졌다.

이러다보니 더 이상 고학력이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진 않는 것 같다. 예전에야 못 먹고 못 사니 남들보다 많이 배우면 신분상승의 기회가 많아서 대학이라는 것이 입신양명의 고지에 오르기 위한 유일한 도약대였으니 대학의 위용은 실로 대단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무섭게 오르는 대학 등록금을 내는 게 급해서 수업보다 아르바이트에 치중해도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대학생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있으며, 졸업을 해도 취업이 어려워 자격증을 공부하기 위해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것도 우리 대학의 현실이다. 오히려 고학력자들은 연봉을 많이 줘야하고 이직률도 높아서 고졸 취업자를 선호하는 중소기업들도 있다니 참으로 대학의 의미가 알쏭달쏭하다. 지식을 갈고닦아야 하는 대학이 취업을 잘 하기 위한 도구로 변질되고 이젠 그 도구로써의 기능도 모호하니 말이다. 비싼 등록금 내고 4년 동안 공들여 배운 전공은 있으나 전공과 상관없이 취업하려해도 쉽지 않은 청년들. 게다가 졸업하고 다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열을 올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으니 이쯤 되면 4년 세월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수능시험 당일에 고3학생들이 수능시험장이 아닌 길거리에 모였단다. 세상에 자랑할 가방끈이 아니라 자신들의 꿈을 펼치기 위해 당당히 대학을 포기한 학생들이라고 한다. 수능이라는 대열에서 이탈한 아주 극소수의 무리이지만 난 그들이 존경스러웠다. 좋은 유치원에 가기위해 새벽부터 줄서는 우리 교육 현실에서 고3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아이들이었다. 수능시험 망치면 다시 1년을 또 기다려서라도 대학에 가야 하는 아이들. 오로지 성적만 존재하지 그들의 꿈은 상관이 없어 보인다. 내 적성으로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 성적으로 전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체제를 과감히 이탈한다는 것은 부모에게도, 사회에서도 이해받지 못할 일이다. 어떤 연예인이 서울대 치대를 다니고 있다가 그만두었다하니 다들 서울대를 그만 둔 것에 안타까워하지 그 사람이 어떤 꿈을 찾았는지는 궁금해 하지 않는 것처럼……. 허름해보여서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도 유명한 대학을 나왔다고 하면 호감을 받는 것도 우리 사회이다. 그런데 시험장을 나온 그들이 ‘투명 가방끈’을 외치며 사회에 조그마한 경종을 울린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대학을 다니면서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좀 더 일찍 비상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을 안 가서 지금 당장 비난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삶을 더 견고하고 자유롭게 해준 ‘투명 가방끈’을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지 않을까?

고3 수험생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지금 하고 싶은 거 참고 대학 가면 그 땐 뭐든 할 수 있어.”이다. 그러나 경험상 뭐든 할 수 있는 건 아닌 듯하다. 대학가면 마법이 풀리듯 예뻐지는 것도 아니고, 마음껏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며 허송세월할 수도 없으며, 학우와 밤새 시국을 논할 수도 없다. 지금 이 시간 수능 시험 문제 답을 맞추며 하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고 있을 우리 수험생들! 대학에 가서 멋진 나비가 될 날을 꿈꾸며 지금은 번데기 같이 움직여보지도 못하고 고3을 지내는 수험생들! 그 껍데기를 찢고 나온 첫 사회무대인 대학에서 갈 곳을 잃고 휘청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가슴속에 꿈을 가지고 당당히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도전정신도 젊기에 가능한 특권이기 때문이다. 가방끈! 세상이 아니라 내 필요에 따라 늘리고 줄일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잊지 말자.

-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
- 이화여대 대학원 정치외교학 석사과정 수료
- 프리랜서 논술 강사 및 진유헌 보습학원 부원장 역임
- 現 육아와 겸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

박혜진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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