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허리케인 같은 마력, 뮤지컬 ‘헤드윅’배우 박건형, 섬세하고 여성미 물씬 나는 헤드윅 보여줘
(서울=뉴스쉐어) 그 옛날 신들에 의해 갈라진 반쪽을 찾아 헤매던 동독의 소년 ‘한셀’, 오븐 속에 머리를 집어넣고 미군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락 음악에 심취했던 그가 ‘헤드윅’이 된 사연. 이야기는 뮤지컬의 강렬하고 쫀득한 넘버들과 함께 허리케인 같은 마력을 내뿜는다.
콘서트 형식으로 헤드윅의 모놀로그와 애니메이션으로 진행되는 뮤지컬 ‘헤드윅’은 주인공 헤드윅이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한 겹 한 겹 벗겨 보여주듯 배우 또한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향해 모든 것을 쏟아내는 작품이다. 원제는 'Hdwing and the Angry Inch'로 1961년 동독 베를린 장벽이 올랐을 때 미군 라디오 방송을 통해 데이빗 보위, 루 리드, 이기 팝 등의 락 음악에 들으며 엄마와 둘이 살던 소년 한셀은 미군병사 루터와 결혼하며 미국으로 가게 된다. 결혼을 위해 싸구려 성전환 수술을 받은 한셀은 수술실패로 여자의 그것 대신 일인치의 살덩이만 남게 되고 결국 이혼 당한다.
처음으로 헤드윅에 도전한 배우 박건형은 상당한 체중감량을 비롯해 헤드윅을 연기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길고 곧은 팔다리와 얼굴선의 아름다움은 여자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고 표정이며 화려한 차림새에 여성스러운 걸음걸이, 움직임 등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관객들의 환호소리에 관객석 뒤편에서 빨간 우산을 쓰고 등장한 헤드윅의 미모에 잠시 넋을 잃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어색해하는 관객들에게 다가와 춤도 추고 몸도 만져보게 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공연장 안은 곧 기대와 설레는 마음들로 가득 차올랐고 공연은 이내 달아오를 준비가 됐다.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라이브 연주를 하고 간간히 감초 연기까지 보여주는 '앵그리인치 밴드'도 슬슬 달릴 준비를 마쳤다. "얼굴엔 메이크업, 카셋 테잎 노래, 머리엔 가발을 쓰고~" 관객들도 흥겹게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헤드윅은 자신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는다. 어릴 시절서부터 이름은 왜 바꿨는지, 수술은 어떻게 잘못됐는지, 처음 밴드를 만들고 노래를 시작한 이야기 등. 옆 건물에서 공연 중인 락스타 '토미' 이야기를 꺼낸 순간 토미를 자신의 반쪽이라 믿었던 헤드윅은 버림받은 것에 대한 상처와 분노, 절망감에 온 몸으로 절규한다. 배우 박건형은 반짝이는 옷과 가발을 모두 벗어 던지고 헤드윅이 되어 정체성과 외로움으로 인한 괴로움을 무대 바닥에 아낌없이 몸을 내던지며 표현했다.
그는 요염하면서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섬세하고 부서질 듯 여린 내면을 다 감추지 못하는 헤드윅의 모습을 보여줬다. 세련되고 도시적인 외모에 여성미를 물씬 풍기는 모습으로 멋지게 락 넘버들을 뽑아냈다. 헤드윅의 남편 '이츠학'을 연기한 배우 안유진은 감미로운 목소리와 파워풀한 목소리를 번갈아 가며 자유자재로 다양한 보이스를 연기했다. 이츠학은 뮤지컬 '헤드윅'의 빈 공간을 조용하고 무게감 있게 채워줬다. 마지막 장면에서 헤드윅에게 가발을 받아 여자의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뮤지컬 '헤드윅'은 그저 신나는 넘버들을 들으며 재미있게 감상할 수도 있지만 스토리와 곡들의 가사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모든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아픔과 상처이고 완전한 답을 얻지 못해 끊임없이 던져지는 질문이다. 헤드윅이 'Midnight Raidio'를 부르며 "손을 들어~"를 노래하고 관객들 모두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손을 높이 드는 이유는 이러한 점에 공감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특별히 준비된 커튼콜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까지 날려버릴 수 있는 뮤지컬 '헤드윅'은 오는 10월 21일까지 KT&G 상상아트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 = 쇼노트 제공) 문화팀 = 김현경 기자 기사제보 - newsshare@newsshare.co.kr < ⓒ 뉴스쉐어 -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정론. > 24 <저작권자 ⓒ 뉴스쉐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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