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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월남 참전 용사 이용달 지부장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월남전 참전용사를 만나다

조귀숙 기자 | 기사입력 2016/06/15 [18:30]

[인터뷰]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월남 참전 용사 이용달 지부장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월남전 참전용사를 만나다
조귀숙 기자 | 입력 : 2016/06/15 [18:30]
▲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이용달 울산 지부장     © 조귀숙 기자

 

[뉴스쉐어=조귀숙 기자]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울산지부장 이용달(68) 씨. 그는 울산 온산에서 태어나 18살 되던 해인 1969년 해병대로 월남전에 참전했다. 월남전쟁은 1964년 7월 8일부터 1973년 3월 23일까지 8년 8개월 동안 치러졌다. 우리나라 참전용사는 32만1천853명이었고 사망자는 5천099명에 달했다.

 

지금 그는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울산지부장으로 7년째 일하고 있다. 68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패기와 열정이 넘치는 그는 6월이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어렵게 이 지부장을 만난 14일 오전, 울산 보훈회관에 자리한 그의 사무실에서 “월남전을 온 몸으로 겪은 군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눈을 감고 한참을 있었다. 머릿속에 참혹했던 그 시간들이 스쳐가는 듯 보였다. 그는 이내 기억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월남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69년, 당시 20세부터 갈 수 있었던 월남전에 그는 18세의 나이로 지원해 참전했다. 젊은 혈기와 패기가 넘쳤다. 대한민국 남아로 태어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자신의 젊음을 바치고 싶은 의지가 불탔다.

 

하지만 그의 마음이 어머니의 마음과 같을 수 없는 법. 어머니는 아들을 전쟁터에 보내지 않으려고 떠나는 날 집결 장소까지 찾아왔다.

 

"아들아, 도망가는 구멍을 찾아놨으니 지금이라도 도망가자. 월남전에 갔던 누구도 죽고 누구는 불구가 돼 돌아왔다더라…"

 

붙잡는 어머니를 뿌리치고 18세의 군인은 전쟁터로 떠났다.

 

그는 월남전 최전방지역인 호이안 바닷가 베리아 섬에서 전투를 치렀다. 베리아 섬은 베트콩의 무기와 식량창고가 있는 주요기지였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긴장감이 팽팽했던 곳이라고 그는 회상했다.

 

"저녁 7시쯤 매복 장소에 매복을 한 뒤 능선 위에 적들의 모습이 포착되자 집중 공격을 시작했어요. 우리의 공격으로 적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쓰러졌습니다. 승리를 확신한 우리는 적들의 죽음을 확인하러 나갔죠. 그런데 승리가 아니었어요. 숨어 있던 그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죠. 그 순간 나는 적들의 총탄에 맞아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었습니다."

 

"눈을 떠보니 눈에 보이는 건 병원 응급실의 밝은 불빛. 의식을 잃으면서 당연히 죽었다고 생각했기에 불빛을 보고 ‘내가 죽어서 천국에 왔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천국이 아닌 지옥이었다고 털어놓은 후,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왼쪽 팔은 총탄에 사라지고 없었어요. 오른쪽 다리, 옆구리, 철모를 뚫고 머리에도 적의 총탄이 지나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날 전투에서 동료 5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도 들었어요. 한동안 밤마다 꿈속에서 ‘쏴라!’를 외치는 악몽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그 순간의 포탄 소리는 귓가에서..."

 

지금도 가끔 그 때 악몽을 꾼다는 이 지부장. "꿈에서 깨고 나면 한동안 멍하고 허탈하다"고 말했다.

 

총부리를 적들과 서로 겨누며 무슨 생각이 들었느냐는 기자의 우문에 그는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하는 전장에서 무슨 딴 생각이 들겠느냐. 오직 적을 죽이고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함만 있었다"고 말했다. 강경한 어조에서 전쟁의 참혹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전쟁은 이 지부장에게 절박함뿐 아니라 평생의 죄책감도 남겼다. 방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전우가 적의 총에 맞아 눈앞에서 죽어 가지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다.

 

머리에 총을 맞으면 바로 전사하지만 가슴에 맞으면 한참을 괴로워 하다가 입과 코로 피를 쏟으며 죽는다고, 그렇게 죽으면서도 그들은 엄마를 찾지 않고 ‘대대장님’ ‘소대장님’을 부르거나 동료 이름을 부르며 죽어갔다고 했다.

 

이 같은 전쟁터의 한 가운데 있었던 사람으로서, 이 지부장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나라가 있어야 내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꿈도 펼칠 수 있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국민으로 한국전쟁과 월남전쟁에서 우리나라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지 6월 호국보훈의 달만이라도 한번쯤 생각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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