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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경곤 고수(鼓手) “문화재? 활용 안하고 방치하면 국가적 낭비죠”

최연소•장애인 최초 고수 분야 인간문화재, “연 평균 2~3차례만 공연 안타까워”

신소현 수습기자 | 기사입력 2016/06/25 [13:29]

[인터뷰] 조경곤 고수(鼓手) “문화재? 활용 안하고 방치하면 국가적 낭비죠”

최연소•장애인 최초 고수 분야 인간문화재, “연 평균 2~3차례만 공연 안타까워”
신소현 수습기자 | 입력 : 2016/06/25 [13:29]


[뉴스쉐어=신소현수습기자] “문화 예술은 그 나라의 힘이고 정신입니다.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어지는데, 문화재임에도 연 평균 2~3차례 밖에 무대에 설 기회가 없다면 국가적 낭비 아닙니까.”

 

조경곤(50) 고수는 2013년 최연소•장애인 최초로 고수 부문에 인천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됐다. 이런 그가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공천을 신청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장애인도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23일 인천시 남구 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서 조경곤 고수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판소리에서 고수가 차지하는 역할의 비중과 고수의 중요성을 말해달라

 

‘소년 명창은 있어도 소년 고수는 없다’는 말처럼 고수는 굉장히 어렵고 그 범위가 광범위하다. 단순히 소리꾼의 노래에 반주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소리꾼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완급조절을 해줘야 한다. 

 

고수가 소리꾼의 소리만 듣고 장단을 맞추려고 하면 박자가 늦어지기 때문에 고수는 소리꾼의 입모양과 손동작을 보고 장단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판소리에는 ‘일고수 이명창’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고수가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 시각장애인으로서 고수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는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잘하고 운동을 좋아해 액션배우를 꿈 꿨지만 학창시절 사고로 시력을 잃고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공황상태에 빠지고 수면제를 먹기도 했다. 

 

그러나 고수였던 아버지, 판소리에 관심이 많았던 큰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소리 가락에 익숙했고, 판소리의 여러 분야에 도전하게 됐다. 그러다 명창과 교감하며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고법(판소리의 북 반주의 법례)에 매력을 느끼고 장애인 최초 인간문화재가 돼야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 인간문화재로 지정되기까지 어떻게 노력했는지

 

인간문화재가 되겠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과 고법 선생님들의 반대가 심했다. 그래서 바로 서울로 상경해 하루 10시간이 넘도록 정좌로 앉아 연습했다. 손이 찢어지고 무릎이 굳어 걷기도 힘들었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느낌에 집중해야 했기에 연습 외 다른 방법이 없었다. 연습할 곳이 없어 추운 겨울 인천 중구 역무선 방파제에서 비닐 천막을 치고 연습하기도 했다. 그렇게 노력하고 몇 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인간문화재가 됐다.

 

▲ 조경곤 고수     © 신소현 수습기자


▶ 비장애인이었다가 장애인이 되면서 느끼게 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복지법이 잘 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문화재로 지정됐지만 1년 평균 2~3차례 밖에 무대에 설 기회가 없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장애인이라면 기술을 가르쳐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장애인들만을 위한 언론사, 방송, 교육 등이 오히려 장애인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한 교실에서 교육을 받도록 통합교육을 실시해야 인간의 존엄성을 배울 수 있다. 

 

▶ 지난 4.13 총선에 장애인 비례대표로 공천 신청한 이유와 정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장애인 복지를 개혁하고 싶었다. 또 장애인예술인의 직업이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 다른 나라는 문화재가 장관급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그만큼 문화예술을 중요시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문화재임에도 활용을 안하니 이것은 국가적 낭비이다. 실력 갖춘 사람을 문화재로 지정해야 하고 정부와 관계기관은 문화 예술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시민의 세금으로 월 관리비는 꼬박 꼬박 들어가는데 문화재들은 불러주는 데가 없어 방치되고 있다. 관람객이나 배우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 문화재 분들을 피곤하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 최연소, 장애인 최초로 고수 분야 인간문화재가 되는 꿈을 이뤘다. 다음 목표와 계획은 무엇인가

 

무대에서 공연하면서 나의 삶이 위안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문화 예술에 대한 사회 인식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장애인 문화예술인에 대한 인식이 바로 설 때까지 북을 칠 것이다. 

 

▶ 많은 장애인과 장애인예술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많은 고난과 연단을 통해 빛나는 보석이 되듯이 스스로 보석이 돼 비장애인들의 눈을 뜨게 하라고 말하고 싶다. 장애인이라고 국가로부터 받는 연금에만 만족하지 말고 실력을 연마해 당당히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오는 25일 오후 3시 인천대교기념관 일원 ‘인천대교기념관 문화예술축제’에서 오프닝 공연을 하는 조경곤 고수는 “7월 8일 오후 3시 30분부터 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서 허애선 명창과 함께 심청가 반창을 하니 꼭 와서 공연하는 모습을 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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