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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쓰레기더미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사진작가 ‘권일’
17번의 개인전과 200여 회의 기획, 초대전 등 왕성한 활동 펼쳐
기사입력: 2017/03/14 [19:58] ⓒ NewsShare 뉴스쉐어
조귀숙 기자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했어요. 태어나 처음으로 ‘내 카메라’를 샀을 땐 거의 매일 사진관을 드나들었죠. 아마 그 때부터 ‘사진작가’로서의 삶은 이미 시작된 게 아니었을까요.”

 

▲ 사진작가 '권일'     ©조귀숙 기자

[뉴스쉐어=조귀숙 기자] 권일 사진작가. 경남 창녕에서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진로는 토목공학. 졸업 후에는 공무원이 됐다. 울산에 있는 도시가스 회사로 이직한 후 일본 출장 중에 첫 카메라를 샀다.

 

그리고 지금 그는 30년이 넘게 ‘사진과 연애 중’이다.

 

◆ 시골 촌놈, 사진에 눈 뜨다

7080세대에게는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대여해 소풍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다. 권 작가도 그 시절을 살았다. 그때부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사진관 아저씨’가 시키는 대로 카메라를 조작하는 것이 싫었다. 자기 카메라로 마음껏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성인이 된 1983년, 자기만의 첫 카메라가 생겼다. 그러나 당시 지방에서 사진 기술을 배우기란 쉽지 않았고 지방 대학교에는 사진학과도 없을 때였다.

 

‘청년 권일’은 거의 매일 사진관을 드나들었다. 사진촬영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주경야독하듯 사진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토요일 저녁이면 사진전을 보러 혼자 밤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전시회도 보고 사진관련 서적도 샀다. 일요일 밤에 울산에 내려오면 다음 토요일에 다시 서울을 오가는 일을 반복했다.

 

그렇게 서울로 전시를 보러 다니던 1988년. 권 작가의 말에 의하면 “머리를 한 대 얻어맞는 듯한” 전시를 보게 된다. 해외유학 1기생이 유치한 ‘8인 새시좌전’. 사진은 무조건 벽에 걸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권 작가는 “시골 촌놈이 입체화된 사진전을 처음으로 보게 된 거였다. 그야말로 쇼킹 그 자체였다. 그 때 받은 충격이 지금 내 창작세계를 탄생시킨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  권일 작가의 2016년도  작품. 폐전선에서 젊음의 에너지를 찾아냈다     © 조귀숙 기자

 

◆ ‘작가 권일’만의 무기, 버려진 것의 아름다움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들은 자신만의 ‘무기’를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모든 게 부족했던 시절에 시골에서 자랐던 권 작가는 재활용이 익숙하다. 버려지는 것들을 다시 쓰게 만들 듯, 버려진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권 작가만의 탁월한 능력이다.

 

권 작가는 어제까지 사람의 손에서 온기를 느끼며 사용됐을, 그러나 지금은 버려진 많은 것들의 가치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그는 “쓰레기더미에서 나는 악취마저도 향기”라고 말한다.

 

때문에 권 작가의 작품을 감상한 사람들은 그의 사진 안에 ‘시와 철학’이 있다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전위적, 실험적, 선구적 하면 권일 작가가 떠오른다”고 한다.

 

◆ “엄마, 내가 사진 찍어줄게 거기 서봐”

권 작가는 작년, 중증 장애인 재활청소년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쳤다. 재능기부 봉사였다. 권 작가에게서 배운 아이가 제 엄마에게 “엄마 내가 사진 찍어줄게 예쁘게 서봐”라고 했을 때, 엄마는 울음을 터뜨렸다. 평생을 엄마의 도움으로 살아 온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를 위해 무언가 해준 순간이었다.

 

권 작가는 이처럼 “많은 사람에게 누구의 엄마, 어느 회사의 부장,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이 아닌 ‘순수한 자신’을 찾아주고 싶다”고 했다. 그런 그의 소망이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 것.

 

때문에 권 작가는 앞으로도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사진 촬영법을 알려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자신을 찾아주는’ 일을 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 권일 작가의 2017년도 작품. 버려진 종이를 작품으로 되살렸다.     © 조귀숙 기자

 

◆ 17번의 개인전, 200회가 넘는 기획 및 초대전 열다

권 작가는 경성대학교 예술종합대학원 사진학과 순수사진 전공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미국 시카고, 부산, 울산, 창원, 포항 등에서 17회의 개인전, 200회의 기획 및 초대전을 열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2009년 울산에서 최초로 ‘울산 국제사진페스티벌’을 기획했고 2010년부터 경남 국제사진페스티벌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울산 가기 갤러리에서 ‘더미美’ 사진전을 마쳤다. 지금은 후학을 양성하며 오는 7월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 기념 ‘울산의 길’ 북구청 기획전을 맡아 준비 중이다.

 

밥을 굶어 가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일이 다반사라는 권 작가, 그럼에도 그는 “사진작가의 길이 아직은 만족스럽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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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의 길 카프카 17/03/15 [01:15] 수정 삭제
  집념 끝에 이뤄 낸 창작세계가 감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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