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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화벽화마을 주민들, “우리는 편히 쉬고 싶다”

주민마다 의견차이…관광객 도덕의식 개선돼야

장윤실 수습기자 | 기사입력 2017/05/29 [18:16]

[르포] 이화벽화마을 주민들, “우리는 편히 쉬고 싶다”

주민마다 의견차이…관광객 도덕의식 개선돼야
장윤실 수습기자 | 입력 : 2017/05/29 [18:16]
▲ 주민과 관광객 간의 갈등이 심화되자 회색 페인트로 덧칠이 된 잉어 벽화 계단.     © 장윤실 수습기자


[뉴스쉐어=장윤실 수습기자] 구름 한 점 없는 지난 27일 점심시간.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자 ‘이화동 벽화마을까지 220M’이라 적혀있는 표지가 보였다. 표지를 따라 산을 그대로 깎아 만든 계단을 올라가다 보니 숨이 차오른다.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도착한 이화벽화마을에서는 마을 곳곳에 마련돼 있는 의자에서 마을 주민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달동네로 불리던 이화마을은 2006년 68명의 예술가가 동네 곳곳을 벽화로 채우는 ‘낙산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화벽화마을로 재탄생했다. 이후 TV 프로그램 및 각종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 소개되며 국내외 관광객들의 관광명소가 됐다.


하지만 이날 마을은 한적한 편이었다. 오후 2시가 넘어가서 서서히 사람들이 찾아오자 동네 가게 장사가 시작될 정도였다. 이는 관광객 증가로 인한 소음 및 쓰레기 등의 문제에 골치를 앓던 주민들이 작년 4월 이화벽화마을의 상징이었던 ‘잉어 계단’과 ‘해바라기 계단’에 회색 페인트를 덧칠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모습이다.

 

 

마을 주민들, “사람 사는 동네 만들어 달라”


이날 마을의 주요관광객 층은 일본인과 미국인 및 유럽인 관광객들이었다. 그들은 자기나라 말로 ‘예쁘다’, ‘귀엽다’ 등을 연발하며 벽화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사드배치 관련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마을 곳곳 중국인들의 대화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옛날 교복을 빌려 입고 연인·친구와 함께 놀러 나온 한국인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마을은 언뜻 보기에 평화로운 듯 했다. 하지만 마을 초입부에 그려져 있어야 할 ‘잉어 계단’ 벽화와 ‘해바라기 계단’ 벽화는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벽화가 지워진 계단 옆에는 ‘관광객 여러분 죄송합니다’라며 ‘계단이 잠시 공사 중’이라는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적혀진 안내문이 기약 없이 붙여져 있을 뿐이었다.

 


마을 골목으로 깊이 들어가 보니 주민들이 “쉿! 조용히”, “제발 조용히 조용, 조용히 조용 조용”이라며 빨간 락카로 크게 적어놓은 글귀들이 보였다. 관광객 증가로 인한 소음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의 호소였다. “주거지에 관광지가 웬 말이냐”, “떠나고 싶어요, 편히 쉴 권리”, “주민들이 원숭이냐” 등의 글귀에서는 무분별한 사진 촬영으로 초상권이 침해돼 마을 터전에서 고통 받는 주민들의 심정이 담겨있었다.

 


‘낙서금지’라고 적힌 안내문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관광객들은 자신이 이곳에 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벽화와 주거지 벽에도 낙서를 해놓았다.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현 마을 모습은 주민들의 입장이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후 많이 나아진 상황이라고 한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없어진 벽화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사진을 찍고 있던 60대의 한 여성은 “이전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다시 이곳을 찾았는데, 잉어 벽화를 비롯한 다양한 벽화가 많이 사라졌다”며 “얼마나 주민들이 고통스러웠으면 그랬을까”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 이화벽화마을을 찾아 온 한 관광객들이 벽에 낙서를 하고 있다.     © 장윤실 수습기자

 

엇갈리는 주민 반응, 마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안 모색해야


마을에서 사는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벽화마을에 살면서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50대 주민은 “이곳에서 많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며 오히려 “사람구경을 하다 보니 삶에 활력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요새는 저녁만 되면 사람들 발길이 끊겨 밤에 시끄러운 것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을 더 이상 보기 싫다며 다시 이전의 평화로운 마을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몇몇 주민들도 있었다.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70대 주민은 “젊은 사람들이 예의 없이 마을을 어지럽히고 간다. 벽에 낙서를 하고 가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남의 동네 와서 뭐하는 짓이냐”고 분노했다. 그는 “벽화가 그려졌을 때는 마을이 깔끔해져 좋았지만 이후 오는 관광객들이 사람 사는 곳이 아니게 만들었다”며 “벽화가 그려지기 이전의 마을로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이곳을 찾은 한 커플은 “도 넘은 관광객들의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자친구와 추억이 담긴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20대 여성은 “좋은 의미를 가지고 만든 마을이 몇몇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갈등을 빚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놀러왔다면)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벽화마을을 찾은 대다수 관광객들은 “조용히 해달라”는 푯말에 따라 조용히 인증샷을 찍고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단체로 놀러온 몇몇 일행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여전히 동네가 다 울릴 만큼 큰 목소리로 떠들며 동네 주민들의 일상을 방해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낙서금지라는 경고에도 주택 벽에 낙서를 하고 있어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화벽화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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