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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연말 특수요?"… 매출 '삼분의 일' 뚝 떨어진 빵집

값 올릴 수도, 안올릴 수도 없어… 해마다 더 추운 ‘사장님의 연말’

박기호 기자 | 기사입력 2017/12/27 [21:03]

[르포]"연말 특수요?"… 매출 '삼분의 일' 뚝 떨어진 빵집

값 올릴 수도, 안올릴 수도 없어… 해마다 더 추운 ‘사장님의 연말’
박기호 기자 | 입력 : 2017/12/27 [21:03]

[뉴스쉐어=박기호 기자] "제가 빵집만 10년 가까이 했어요, 해마다 장사 안 된다는 소리야 입에 달고 살지만, 올해만큼 안좋은 건 진짜 처음입니다. 매출이 3분의 1토막이에요. 나름 이벤트도 해 보고 값도 내려 보고 하는데… 솔직히 대책이 안 섭니다."

 

겨울 찬바람이 꽤 매섭게 부는 12월 말. 거리는 연말 분위기로 물들고 시내 중심가에는 이미 11월부터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초대형 트리가 세워졌다. 밤이면 형형색색 빛으로 물드는 트리 앞에선 젊은 연인과 친구들이 ‘인생샷’을 남기느라 바쁘다. 로드샵 화장품 매장과 패션 프랜차이즈, 아울렛매장과 백화점들도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각종 배너, 캐럴송과 이벤트 등을 내세우며 손님 몰이를 하고 있다. 

 

▲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 양연주 수습기자

 

겉으로 보이는 분위기야 모두가 들떠서 곳곳이 북적이는 듯하지만, 실상 그렇지만은 않다. 한해의 끝자락 연말에 찾은 빵집은 차가운 겨울바람이 매장 안까지 파고드는 듯했다.

 

불경기가 프랜차이즈라고 예외는 아니다. 점심 쯤 찾은 울산의 한 프랜차이즈 빵집,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종업원 두명이 '안녕하세요'라고 큰 소리로 맞이했다. 한 아르바이트생은 텅빈 가게에 날아든 파리를 쫒는 모습이 불경기를 연상케 했다. 

 

가게 안은 한눈에 보기에도 종류며 개수가 많아 보이는 빵들은 손님을 찾지 못한 채 판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고, 다 진열하지 못한 빵들도 한켠에 쌓여 있었다. 

 

가게 아르바이트생은 "낮에는 이게 보통 모습이고 때때로 손님들이 여러 명 어울려 올 때도 있긴 해요. 오후타임 알바 말로는 저녁에는 많다고는 해요"라고 말했다.

 

▲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 양연주 수습기자

잠시 후 또 다른 빵집. 개인이 운영하는 10평 남짓 자그마한 공간에 들어섰다. 제빵사와 판매 직원이 황급히 나와 맞는다. "아유, 추우시죠" 하며 건네는 인사가 정겹다.

 

작은 매장 공간에 꽤 많은 종류의 빵들이 오밀조밀 진열돼 있었다. 빵을 더 굽고 있는 것인지 계산대 안쪽 주방에서 고소한 빵 냄새와 함께 열기가 느껴졌다. 

 

정작 케이크가 진열돼 있어야 할 쇼케이스에는 두어 개의 케이크만이 자리르를 지키고 있었다. 점주 윤모(45) 씨는 "케이크를 미리 만들어 놔 봐야 안 팔리니까요, 버릴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고~ 사이즈 별로 하나씩만 만들어 놓고 손님이 '왜 케이크가 없느냐'고 물어보면 주문 받아서 바로 만들어 드린다고 하죠"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매장에서 케이크를 바로 골라서 사 가려는 손님은 못 받는 셈이다. 윤 씨는 "그것 때문에 케이크를 많이 만들어 놓기도 했었는데, 폐기되는 비용이 감당이 안 되더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기자와 윤 씨가 대화를 나누는 40여분 동안에도 매장을 찾은 손님은 없었다. 다행히도 케이크를 주문하는 전화 한 통이 걸려와 그의 표정이 조금 좋아졌다. 그는 "한 번은 어떤 손님이 들어와서는 '지나다니면서 봤는데 매번 볼 때마다 손님이 항상 없어서 올까 말까 망설였다'고 하더라. 착잡했다"고 털어놨다.

 

윤 씨는 또 "건너편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생긴 뒤로는 이벤트며 쿠폰이며 이런 것도 안 먹힌다. 손님 정말 많이 줄었다"며 "이런 개인 매장이 프랜차이즈 빵집 물량공세를 감당할 수도 없고, 통신사 할인 같은 것도 못 해주니까 어쩌겠나. 고급스러운 맛으로 차별화를 해서 승부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자니 또 값이 올라간다. 비싸면 안 사먹지 않느냐. 앞뒤로 꽉 막힌 기분"이라고 했다.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자영업 창업자 수는 1008만 개를 넘어섰다. 그 중 폐업자 수가 805만을 넘겼다. 평균 생존률은 20.1%다. 수치로만 놓고 보면 202만여 개가 생존한 것이지만, 생존했다고 해서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깊어만 가는 불경기에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체감 한파’는 겨울철 칼바람보다 더 거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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