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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천 할머니들’ 희로애락 이곳에… 진해 웅천마을 간판 없는 미용실

“이곳에 오면 저세상 간 친구가 있을 것만 같다”… 36년 동안 한 자리 지켜

전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18/03/13 [16:35]

‘웅천 할머니들’ 희로애락 이곳에… 진해 웅천마을 간판 없는 미용실

“이곳에 오면 저세상 간 친구가 있을 것만 같다”… 36년 동안 한 자리 지켜
전재원 기자 | 입력 : 2018/03/13 [16:35]
▲ 창원시 진해구 웅천 마을에 36년 한 자리 지킨 간판 없는 미용실.     © 전재원 기자

 

“강여사네가 이 자리에서 미용실을 시작한 지가 36년이야.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이 거의 30년은 넘었으니 강여사네와 우리네는 한 가족이나 진배없지. 그런데 개발이다 머다 해서 땅값은 오르고 아파트는 계속 들어서고 이곳이 없어질까 무서워.”

 

[뉴스쉐어=전재원 기자] 창원시 진해구 웅천 마을. 이곳은 낡은 건물들과 오래된 양옥집들로 조성된 한적한 시골 동네다.

 

제법 봄기운이 감도는 지난 토요일 오후, 웅천 마을의 좁은 차도 위에 ‘할머니 유모차 부대’가 나타났다. 이들은 지나가는 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삼삼오오 줄을 지어 차도 위를 걷는다.

 

작은 유모차에 몸을 지탱하고 걷고 있는 할머니들은 모두 머리에 똑같은 흰 수건을 싸매고 있다. 또 각자의 유모차에는 집에서 방금 만든 듯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파전과 된장찌개, 김치 등 갖가지 음식들이 실려 있었다.

 

할머니 유모차 부대는 골목이 끝나는 지점에 도달하자 걸음을 멈추고 누군가를 불렀다.

 

“이봐라. 강 여사야 문 열어라. 음식 좀 들고 가자" 미용실 원장인 강 여사를 부르는 소리다. 이어 강 여사는 “행님 왔는교. 아이고 많이도 가져왔네. 밥 다 했다. 퍼뜩 들어오이소”라며 머리에 수건을 쓴 할머니들을 맞았다.

 

▲ 웅천 할머니들이 미용실 평상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 전재원 기자

 

이곳은 바로 진해 성내동의 간판 없는 미용실. 이 동네 터줏대감 할머니들의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는 역사의 현장이자 그들만의 사랑방이다.

 

미용실에 들어선 할머니들은 마치 자기 집처럼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평상에 앉더니 텔레비전부터 켰다. 몇몇 할머니는 소파에 앉아 말린 수건을 개고 또 다른 할머니는 집에서 챙겨 온 음식들을 풀어 상을 차리느라 분주했다.

 

이어 최고령자인 조윤자(89) 할머니가 “밥 다 됐다. 어여 묵자”라고 말하자 할머니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밥상 앞으로 모였다. “집에서 혼자 먹으면 입맛이 없어 물 말아 한 술 뜨는데 이렇게 같이 먹으면 맛있어서 과식을 하게 된다”며 조 할머니는 끝까지 밥숟가락을 놓지 않았다.

 

스무 살 때 시집와 54년째 웅천에 살고 있다는 한늠이(73) 할머니는 “이 미용실은 우리 동네 사랑방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들리 듯 파마를 하든지 안 하든지 들려서 논다”며 “이곳에 오면 갑자기 저세상 간 친구가 있을 것만 같다”고 말했다.

 

이곳 간판 없는 미용실 주인인 강미자(69) 씨는 “동네 언니들이랑은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허물없이 지낸다. 집안에 대소사 일들을 함께 나누며 같이 웃기도, 울기도 한 세월이 쌓이다 보니 어떨 때는 내 친지보다 더 가깝게 느켜질 때도 있다”며 “남편을 먼저 하늘나라 보내고 힘들었을 때도 이 언니들이 옆에 있어서 잘 견딜 수 있었다”고 했다.

 

▲ 미용실 강미자 원장이 할머니 손님의 머리에 펌을 하고 있다.     © 전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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