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재심' 포스터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진범 김 모 씨(37)에게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범행과 무관한 사람이 잘못된 수사와 재판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무려 10년이나 옥살이를 한 이 사건은 재심과 무죄 판결, 진범 재판을 거쳐 바로 오늘 사건 발생 18년 만에 마무리 지어졌다. 

사건 당시 19세였던 김씨는 2000년 8월 10일 김 씨는 오전 2시쯤 누군가의 돈을 빼앗아 생활비를 마련하기로 결심하고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기사 유 모 씨(당시 42세)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2016년 재판에 넘겨졌다.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이라고 우리에게 알려진 이 사건은 검찰의 잘못된 수사로 인해 범행과 무관한 피고인 최 모 씨가 당시 불과 15살의 나이로 불법 체포돼 감금과 가혹 행위를 당한 것이 밝혀지면서 큰 사회적 논란이 됐다. 

경찰은 지난 2003년 최씨가 기소된 상태에서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받았고 이에 김씨를 조사해 자백을 받았지만 검찰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김 씨는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되자 자백이 꾸며낸 이야기라고 말을 바꿨고 결국 검찰은 김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법원도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최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고 최씨는 2010년 만기 출소했다. 

최씨가 출소하고 3년 후인 2013년, 최씨는 “경찰의 폭행과 강압으로 허위 자백한 것이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2016년 11월 법원에서는 이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최 씨의 이야기는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됐다. 김태윤이 감독을 맡은 영화 재심은 지난 2017년 2월에 개봉됐다. 

한편 27일 대법원 3부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씨는 재판 과정에서 2003년 자신을 조사했던 경찰들의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해서는 안 되고, 범행에 사용된 흉기 등 객관적 물증이 전혀 없다며 무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항소심은 김 씨 범행이 계획적이었고 방법 또한 잔인하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에 최 씨를 변호한 박준영 변호사는 "뒤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지고 단죄가 이뤄져 다행"이라고 하면서 "진범이 따로 있는 현장에서 목격자인 15살 소년을 범인으로 만들고 이 소년이 복역 중인 상황에서 진범을 풀어준 당사자들은 아직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그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과 검찰에 속죄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