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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4 영원히 사랑해’ ‘5091 오늘밤 전화하세요’
1990년대 주름잡던 ‘삐삐언어’… 그 시절 추억 속으로
 
전재원 기자 기사입력  2018/04/06 [16:48]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1990년대에는 지금의 스마트 폰처럼 ‘삐삐’가 주름잡던 시절이었어요. 그때는 ‘1004 당신의 천사로부터’ 등 연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숫자 언어’가 인기였죠. ‘삐삐 삐삐’ 호출이 오면 공중전화박스로 쏜살같이 달려가 상대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 <사진제공=TVN '응답하라 1994' 방송 캡쳐>     © 전재원 기자


[뉴스쉐어=전재원 기자] 2010년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건 중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스마트 폰을 선택할 것이다. 그럼 20~30년 전에는 어땠을까. 1980대와 9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가 있었다.

 

‘삐삐’는 손안에 쥐어질 만큼 작은 크기로 송신은 할 수 없고 수신만 되는 단방향통신기기다. 새끼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호출기LED액정에 전화번호나 숫자만 기록된다. 상대방이 번호를 남기면 삐삐의 작은 화면에 번호가 뜨면서 “삐삐” “삐삐”하고 울렸고, 그럼 근처 공중전화기로 가서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이와 같은 무선호출기는 1982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해 1997년 무려 1500만 명의 가입자를 돌파했다. 그렇게 삐삐라 불리며 확산된 무선호출기는 그 시절을 사는 사람들에게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는데, 조그만 화면에 숫자로 메시지를 남기는 암호와도 같은 ‘숫자 언어’였다.

 

그 시절을 살았던 심모(44) 씨는 “고등학교 때 여자 친구와 밤늦게 통화가 힘들어서 서로 삐삐로 문자를 주고받은 기억이 있다. 내가 0486(영원히 사랑해)라고 숫자를 보내면 여자 친구는 0000(당신은 나의 0순위)이라고 답을 했다”며 “숫자만으로도 감정전달이 충분했다.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하기는 부끄러웠지만 숫자문자로는 가능했다”고 그 때를 추억했다.

 

그 당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이 ‘숫자 언어’는 은밀하고 재치 있는 하나의 신종 문화로 번졌다. 손가락 두 마디만한 조그만 삐삐 창에서 ‘약속’도, ‘감정표현’도, ‘사랑고백’도 특별하게 이어졌다.

 

그때를 기억하던 박모(43) 씨는 “요즘은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사람들과 연락하는 게 예전보다 많이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쯤 연락이 오려나’ 하고 삐삐를 쳐다보며 상대방의 연락을 기다렸던 그 때가 훨씬 더 설레었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TVN '응답하라 1997' 방송화면 캡쳐>     © 전재원 기자


 

본래 무선호출기의 개발목적은 비즈니스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유행처럼 퍼져나간 ‘삐삐 언어’ 때문에 무선호출기는 수많은 젊은 연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메신저로 더 각광을 받았다.

 

그 시절에 유행했던 연인들의 ‘삐삐 언어’를 보면 0024(영원히 사랑해), 3505(사무치게 그립다), 5112(항상 널 생각하고 있겠다), 5091(오늘 밤 전화하세요), 2848(이제 그만 만나요) 등이다.

 

창원 용호동에 사는 조모(42·여) 씨는 “여러 개의 삐삐를 소장하는 게 당시의 유행이었다. 회사에서 지급한 삐삐는 사람을 옭아매는 동아줄이라고 ‘지옥삐삐’로, 자신이 구매해 애인, 친구, 가족과 메시지를 주고받던 것은 ‘노는 삐삐’라고 불렀다”고 했다.

 

또 조씨는 “대중화된 삐삐로 인해 여기저기서 ‘삐삐' 소리가 들렸고 공중전화 부스 앞은 늘 사람들로 붐볐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강남역 인근 커피숍에는 테이블마다 전화기가 있을 정도였다”며 옛 기억이 생생하듯 말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갔던 삐삐는 1990년대 초반에는 가격대가 낮아져 초등학생까지 사용할 정도로 대중화됐다. 하지만 1988년에 처음 출시된 무선전화기가의 등장으로 점차 삐삐가 사라졌고 공중전화 또한 그 자취를 감추면서 이제는 추억 속에 물건으로 자리 잡게 됐다.

 


진실만을 알릴것을 다짐합니다.
기사입력: 2018/04/06 [16:48]  최종편집: ⓒ NewsShare 뉴스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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