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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RLO 노연수‧한경민 대표, “구두수선, 남자만 하는 일 아녜요”

리사이클링에 마음 뺏겨 편견 깨고 “그럼 우리가 첫 번째 돼보자”

조귀숙 기자 | 기사입력 2018/05/22 [12:30]

[인터뷰]RLO 노연수‧한경민 대표, “구두수선, 남자만 하는 일 아녜요”

리사이클링에 마음 뺏겨 편견 깨고 “그럼 우리가 첫 번째 돼보자”
조귀숙 기자 | 입력 : 2018/05/22 [12:30]

 

 

▲ 좌)노연수, 우)한경민 대표     © 조귀숙 기자

 

[뉴스쉐어=조귀숙 기자] ‘구두수선 남자들이 하는 일 아닌가요’ ‘이런 일 왜 해요’라는 편견을 깨고 당당하게 카페형 구두수선실 ‘RLO’를 오픈한 노연수(24)‧한경민(25) 대표. 이제 갓 20대 초반을 넘긴 나이지만 가게를 오픈하기까지의 창업 스토리는 그야말로 ‘스펙터클’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는 두 CEO의 이야기는 2016년 겨울부터 시작된다. ‘그냥 막연하게 창업을 하고 싶었던’ 한 대표는 우연히 경제 트렌드 잡지를 보다가 ‘구두수선방’이란 단어에 마음을 빼앗겼다. 마침 노 대표도 창업을 꿈꾸고 있던 차라 두 사람은 이성에게 첫눈에 반하듯 구두수선방에 반해 창업을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장밋빛 청사진만 있던 시절이었다.

 

“2달 정도면 후딱 구둣방을 차려서 바로 사업이 될 줄 알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무모하고 용감했죠. 무조건 하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 것 같아요. 결국 이 정도의 작업장까지 오는데 2달 아닌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겁 없는 두 소녀는 무작정 서울 성수동 ‘제화거리’를 찾아가 제화협회 사람들과 공장주를 만나러 다녔다. 1년가량 공장 투어를 하면서 신발 종사자들에게 ‘협업’을 할 수 있는지, 창업을 하려고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어보며 스스로 연구해 나갔다고.

 

그렇게 발로 뛴 경험을 토대로 결국 지난해 울산대학교와 SK가 협업하는 ‘SK 청년비상’ 프로젝트에 사업 기획안을 제출해 당당하게 지원금을 받아냈다. 발품을 판지 꼭 1년만의 일이다. 그 지원금으로 그녀들에게 첫 작업실이 생겼을 때는 너무 감격스러워 서로 껴안고 울면서 춤을 췄다고.

 

그렇게 5개월 동안 작업실에서 현장 경험을 익히기 시작했다. 지원금이 바닥나자 작업실을 나와야 했던 두 사람은 다시 울산의 한 리사이클링 카페 마당 한쪽에서 1달가량 임시 작업실을 꾸몄다. 어떻게든 RLO의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싶다는 열망에서였다.

 

그야말로 ‘구두수선방’이라는 단어에 그냥 ‘꽂혀서’ 쉬지 않고 2년을 달려온 결과, 지금의 RLO 구둣방을 품게 됐다. ‘오래된 것으로부터 삶을 새롭게 바꾼다’라는 의미를 가진 RLO(Renew one’s Life from the Oldie)가 그녀들만의 모토다.

 

열정과 행동으로 이뤄낸 두 사람의 창업 스토리를 좀 더 들어봤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RLO 입구, 작업대 모습, 작업실 전경과 수선도구들.     © 조귀숙 기자

 

창업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노연수‧한경민) 하고 싶었던 일이라 준비과정이 힘들지는 않았다. 굳이 힘든 점을 꼽는다면… 구둣방이 쇠퇴기에 접어든 사업이다 보니 정식으로 배우는 루트가 없었던 점? 모든 과정을 직접 발로 뛰면서 익혀야 했다는 것과 ‘고급화와 대중화,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까’를 고민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한) ‘슈케어’라 하면 비교적 고급화된 개념이고, ‘구두 수선’은 깨끗이 닦고 고치고, 굽을 가는 대중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우리가 여는 구둣방에 어떤 수요층이 올까’를 오픈 하루 전날까지 고민하느라 밤잠을 설쳤다. 수요층의 방향성을 잡기가 애매해 상당히 좌충우돌했다.

 

오픈한지 한 달여 됐는데, 어떤 수요층이 찾아오나.

 

노) 막상 시작해 보니 RLO의 본래 모토, 즉 ‘더러워진 내 신발, 낡았지만 버리기엔 아까운 내 신발을 깨끗하게 다시 신고 싶다’는 수요가 더 많았다. 실제로 그런 분들이 ‘비싸지 않지만 애착이 가는 내 신발’을 들고 RLO를 찾아주고 있다.

 

RLO의 모토와 어울리는 고객들이 우리 구둣방을 찾아주니 많이 기쁘고 벅차다. 그렇다고 우리가 ‘슈케어’의 콘셉트를 버리는 건 아니다. ‘카페같이 고급스러운 구둣방’과 ‘대중적인 수선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계속 발전하는 중이다.

 

지금의 RLO까지 오면서 경험한 행복했던 순간이 있다면.

 

노) RLO 구둣방을 응원해주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걸 느낄 때? 손님들이 ‘인터넷 보고 찾아왔어요’ ‘다른 구둣방도 많지만 왠지 RLO 만의 느낌이 좋아서 여기로 왔어요’ ‘젊은 여자 청년들의 열정이 좋아서 신발 맡기고 싶었어요’ 라고 말씀해주실 때 정말 감동스럽다.

 

한) 우리가 광고를 부탁하지도 않았고,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우리 가게를 한 번 방문한 고객들이 SNS에 ‘정말 친절한 구둣방이에요’ ‘커피도 주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어요’라고 가게 홍보를 나서서 해주시는 것을 볼 때는 진짜 눈물 날 것 같다.

 

RLO의 최종 목적지는.

 

노) 일단 우리의 두 번째 스텝은 일 년 뒤에, 외곽이 아닌 시내로 가게를 이전하는 거다.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사업을 통해 슈케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여성 기능공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여자들도 구두기능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싶다.

 

한) 우리가 구둣방을 오픈하기까지 매뉴얼이나 루트가 없어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그래서 앞으로 슈케어와 구두 수선에 관한 커리큘럼도 만들고, 슈케어 자격증까지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

 

노, 한) RLO의 홍보를 위해서도 많은 계획이 있다. 조만간 백화점이나 오픈 매장 등과 협업해 ‘슈케어와 구두 수선’ 시연을 하려고 문을 두드리고 있다. 우리가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여성들이 ‘슈케어 배우고 싶어요’ ‘구두 수선 배울 수 있나요’라며 RLO의 문턱을 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 대표는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한참 고민했다.

 

한) 내 경험을 토대로 말하자면, 확신이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 끊임없이 어떻게 할까, 무엇을 행동으로 옮겨볼까 고민해야 하고, 안 되면 될 때까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도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창업을 시작할 최소한의 자본금도 없다면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데, 시작하면 안 된다.

 

노) 막연하게 ‘창업하고 싶다’는 이상적인 생각에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일단 첫 번째 스텝(Step)을 내 딛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사업 계획서를 써서 지역청년 창업센터의 문을 두드려 정부의 지원금을 받든지, 발품을 팔아 협업할 사람을 찾든지, 본인의 창업 아이템과 같은 직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을 배우든지, 아무튼 뭐든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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