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쉐어=오미현 기자] “보수동 책방골목에 들어설 때 참 기분이 묘해요. 사람 냄새 나는 게 이런 건가 싶어요. 마음이 따뜻해지고, 정겹기도 하고요.”
오래된 책과 새 책들이 한데 어우러진 책방 골목. 한 눈에 보기에도 많은 책들이 통로를 따라 꽉 들어차 있다. 검은 중절모를 쓴 백발 신사가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경사진 골목 입구에 들어선다. 책방 주인은 장갑을 벗으며 신사를 맞는다.
한쪽에는 중년 부부가 책 한 권씩을 붙들고 옛 이야기에 푹 빠져있다. 미소지으며 기자에게 건네는 이야기 속에는 추억이 묻어 있다.
“책방골목에서 데이트 했던 시절이 생각나요. 옛날 생각이 날 때면 ‘그 책이 아직 있을까’하며 종종 와서 책을 읽고 가기도 하고 그럽니다.”
서점 안쪽으로 들어서면 발 디딜 틈도 없이 책들이 무수히 쌓여있다. 각종 전문서적은 물론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1936년에 창간돼 2007년에 막을 내린 잡지 'LIFE', 관리가 잘된 듯 깔끔한 표지를 하고 있는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등이 몸을 내밀고 있다. 100년이 더 된 책들도 세월이 무색하게 책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오래된 책들만큼이나 골목 어귀에도 많은 이들의 추억이 서려있다. 30년째 이곳 보수동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A(61·남)씨는 “책값을 외상으로 사놓고 며칠이 지나도 돈을 가지고 오지 않았던 손님이 있었다. 그 후 10년이 지나 ‘그 때는 돈이 없어 갚지 못했다, 미안하다’며 책값을 갚으러 온 손님도 있었다”고 말하며 기억을 되짚었다. 낭만이 남아 있는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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