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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탄광문화촌에서 광부들의 삶 만나다

광부의 채탄 현장과 생활상 재현

이예지 기자 | 기사입력 2012/04/11 [13:30]

강원도 탄광문화촌에서 광부들의 삶 만나다

광부의 채탄 현장과 생활상 재현
이예지 기자 | 입력 : 2012/04/11 [13:30]
▲ 탄광문화촌 체험관에서 광부들의 채탄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                                                         © 이예지 기자

(뉴스쉐어=강원본부) 흔히 사람들이 인생에 치이고 끝장을 보고서야 내뱉는 단어 막장. 석탄이 검은 황금이라 불리던 시절 광부들에겐 생명을 담보로 삶을 개척해가는 일터이자 일상이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갱도의 끝자락 막장. 이곳에서 한국의 산업발달이 시작됐다.

나는 산업 전사 광부다

지난 1960~70년대 석탄산업의 중심지였던 영월군 북면 마차리. 강원도 탄광문화촌을 통해 당시 탄광촌의 삶과 광부들의 채탄 현장이 재현되고 있다. 탄광체험관은 지난 1932년 처음 개항(開抗)한 갱도이자 옛 대한석탄공사 영월광업소 채탄장이었다.

“아빠, 오늘도 힘내세요!” “여보~ 잘 다녀와요” 아침 일찍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집을 나선 김 씨는 오늘도 이를 악물고 채탄장으로 향한다. 모든 광부들이 작업복과 안전모를 쓰고 갱도 사무실 앞에 모였다. “신참들은 따로 주의사항 교육 있습니다. 김 씨는 이쪽 굴로, 이 씨는 저쪽 굴로 가면 되고…” 감독관의 지휘에 따라 갱도 내 작업들이 나눠진다.

갱도에 들어서면 어둠 속 안전모의 희미한 등불만이 비출 뿐이다. 어느새 공기는 희박해지고 열기로 가득해졌다. 나무계단의 경사가 급해 미끄러지기 일쑤다. 김 씨는 혼자 걷기도 힘든 갱도를 따라 무거운 동바리(갱도가 무너지지 않도록 받치는 나무 기둥)를 지고 작업장으로 내려간다.

드디어 막장. 땅 속에 묻혀 있는 석탄의 줄기를 찾기 위해 굴진·발파작업이 시작된다. “탕탕” “드르륵 드르륵” 망치와 착암기 소리가 울린다. “여기 암석이 왜 이렇게 단단하나. 야~ 이거 힘들어 죽겠다”

“자, 발파합니다! 발파! 발파!” “콰광” 폭음과 함께 탄층이 무너지면서 연기가 자욱해진다. 막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발파작업 후 갱도가 무너지지 않게 동바리를 설치하는 것. “이봐, 김 씨! 촘촘히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명과 직관된 일인지라 광부들의 세심한 작업이 이뤄진다. 자칫 갱도가 무너지는 돌발사고가 발생할 때면 광부들은 동료를 잃는 슬픔과 괴로움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기 중의 공기와 달리 막장 내에는 폭발성인 매탄가스와 유독가스가 섞여있어 광부들은 고된 노동뿐만 아니라 예고 없이 새어나오는 가스와도 전쟁을 벌여야 했다. “어우 더워. 지열이 보통이 아니구먼” “가스 검침 한번 해볼까?” “잘 보라고. 가스 때문에 더 더워지는 것 같아” 특히나 28도에 육박하는 막장의 지열 때문에 한 시간만 지나면 물속에 들어갔다 온 것처럼 장화 안엔 땀으로 가득했다.
 
▲ 탄광문화촌 생활관은 당시 광부들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다.                                                          © 이예지 기자

아련한 향수와 추억 속으로

옛 드라마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탄광문화촌 생활관. 광부들의 삶의 애환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탄광에서는 배급소를 직영하며 광부들에게 생필품을 공급했다. 한 달에 한번 전표에 적힌 작업일수를 계산해 배급표를 나눠주면 광부들은 배급소에 가서 식량품 등 배급물품을 받으며 생활했다. “어이, 김 씨! 오랜만이다” “이야~ 너 진짜 오랜만이다! 자, 배급 전표. 아니, 이걸 갖고 누구 코에 갖다 붙이나. 좀만 더 주라” “일할 땐 뭐하고선. 배급전표를 봐라. 이러니 쌀이 이것 밖에 안 되지 않나” “아, 그래도 사람 사는 정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건 너무하지 않나. 우리 식구가 몇인데 이걸로 어떻게 사나. 어떻게 안 되겠나?” “나도 어쩔 수 없다네. 다음!” ‘어휴, 망우네 이발관에 가서 자박생이(머리카락의 강원도 사투리)나 깎아야겠네’

“김 씨 왔나? 어서 앉게나” “자박생이나 바짝 깎아 주시오” 대부분의 광부들은 짧은 머리를 선호했다. 머리가 길면 석탄가루를 쉽사리 씻어낼 수 없었기 때문. 60년대까지는 개인집에서 이발해주는 경우도 있었으나 위생상태가 좋지 못해 기계충으로 고생했다고.

“어이, 김 씨! 자박생이 깎았구먼. 일도 끝났으니 마차집가서 한잔 할 텐가?” “거참, 형님도. 아까 배급표 받을 때 못 봤소? 이번 달은 술 근처에 얼씬도 못할 것 같소” “허허. 내 오늘은 주머니가 두둑하니 한잔 살터. 함께 가세” 광부들은 고된 몸을 달래고 석탄 가루를 씻어내는 의미로 선술집을 찾곤 했다. 더욱이 광업소 급여가 나오는 날이면 마차리 시내와 주점엔 광부들로 북적거렸다.

탄광이 개발되면서 인구도 증가돼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학교 시설이 부족했다. 급기야 오전반과 오후반을 나누어 수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자식들이 훗날 부랑자나 거지가 됐으면 됐지 죽어도 광부로 만들지 않겠다는 탄광촌 부모들은 자녀들 학교생활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이밖에 탄광촌 사람들의 유일한 교통수단 버스와 이른 아침부터 양조장에 노란 주전자를 들고 술심부름을 온 아이, 우물방송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아낙네들이 모여 있는 공동수도, 광부·사원·양반사택 등 탄광촌의 일상풍경이 펼쳐진다.

강원도 탄광문화촌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탄광의 역사와 광부들의 삶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막장까지 갔던 그들의 생활상과 마주하니 조금만 힘들면 포기해버리는 우리네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기억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들의 희생과 땀. 그 가치를 되새기며 고단했던 세월 끝내 발전된 오늘날을 낳은 그들의 삶을 배워나가길 바란다.
 
강원본부 = 이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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