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쫓기듯 숨가쁘게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명소로 소문난 곳을 여럿이 몰려가서 방송에 나온 맛집을 들렀다가 펜션이나 숙박시설에서 며칠 묵고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욕망의 배설물처럼 쏟아놓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을 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여행지로 소문난 곳은 휴가철만 되면 넘쳐나는 사람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게 된다. 욕망의 찌꺼기가 없는 곳, 사람이 없는 곳을 여행하는 것은 어떨까? 대도시에는 마치 옥의 티처럼 여겨지는 오래된 동네들이 있다. 시간과 공간이 함께 멈춘 듯한 그곳! 대전시내 보문산 자락에 위치한 부사동이 바로 그러하다. 부사동 부용로의 오르막길은 오래된 동네의 역사만큼이나 가파르지만 마치 갤러리를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복고 드라마에서나 나옴직한 낡고 정겨운 집들의 담벼락은 생동감 넘치는 벽화와 곧 날아오를 듯한 나비, 각종 미술 전시품과 도자기가 세월과 공간을 교차하며 전시되어 있다.
일찌기 여행작가 오소희는 터키를 여행하고 쓴 책,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에서 터키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탄한 바 있다. 그녀는 거리를 걷다 한 터키 여인이 창밖에 나 있는 베란다의 화분을 보다 좋게 하기 위해 옮기고 또 옮기는 것을 본다. 집안에서는 볼 수 없는 창밖 베란다의 화분을 집밖까지 나와 위치를 옮기고 또 옮기는 이유.
나를 위해 집안을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집 밖을 꾸미는 이유는 그 집을 지나쳐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내가 보는 우리집이 아니라 타인이 보는 우리집을 위한 배려가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남아 있을까?
내부는 온갖 것으로 치장하고 있지만, 밖으로는 시끄러운 소음과 뜨거운 열기만 뿜어내는 에어컨 실외기만 내놓은 삭막한 도시의 삶이 이곳에서는 멈추어 있다.
편리함이라는 명목으로 우리가 거주하는 집 밖으로, 도시 밖으로 쫓겨난 것들이 이곳에서 머물러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곳. 이곳에는 집집마다 마당에는 한 그루의 나무와 한 포기의 풀이 자라고 있다. 그것도 없는 집에는 벽화에 새파란 나뭇잎이 올라와 숨쉬고 있다.
미친 듯한 질주를 멈추고 혼자서 천천히 소망로를 걷다보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얻기 위해 버린 것들이 하나하나 다가온다. 보문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에는 길거리에서 흔들리는 장다리꽃과 포실포실 여물어가는 밤송이 또한 만날 수 있다. 문화포커스팀 = 윤수연 기자 < 관심 & 이슈 기사 > ▷ 일부 법정공휴일, 요일지정제 추진에 누리꾼들 대립! 하루라도 빨리…vs아버지 생일도 요일제로 변경되나? ▷ 오픈프라이스제도 폐지! 빙과류·아이스크림·과자·라면 권장소비자가격 오는 8월부터 표시 ▷ 문광부 추진단, 민주인권평화기념관 운영방안 설계를 위한 2차 정기포럼 개최 ▷ 라식수술 할 때 ‘아이프리 라식 보증서’로 건강한 눈 지키기 ▷ 열정이 있는 곳 이곳은 어디?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시즌2’ in광주! 기사제보 - newsshare@newsshare.co.kr < ⓒ 뉴스쉐어 -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정론. > <저작권자 ⓒ 뉴스쉐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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