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노숙자들 퇴거 조치가 있었을 때, 이들을 옹호하는 목소리는 지극히 작았다. 노숙자들은 단순한 실패자가 아니라 선량한 시민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며, 그들을 위해 다수의 선량한 시민이 더 이상 피해를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았다.
노숙자뿐 아니라 노숙자를 옹호하는 사람들까지 같이 매도당하고 손가락질을 당하는 사회 속에서 선뜻 그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처럼 보인다. 변화의 가능성도 재기의 희망도 희박해 보이는 노숙자들을 위해 단순히 밥 한 그릇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고 함께 숨쉬고 함께 고민하는 조경애 목사를 만나 보았다.
"우리 사회에서 노숙인은 사회적인 실패자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체 장애 노숙인은 사회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버림 받습니다. 저는 이 사람들이 자신이 귀하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어요. 또한 일을 해야 먹을 자격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 변화하게 하고 싶습니다" 가락시장 노천교회 조경애 목사의 고백이다. 수 십년간 가락시장역에서 노숙자를 위해 사역하면서 한결같이 품어온 마음이다. 유난히 칼바람이 매서운 2월 초에 그는 가락시장역 한 귀퉁이에서 영하의 날씨에 볼이 상기된 모습으로 20여명 정도의 노숙자들에게 설교를 전하고 있었다. 조 목사는 노숙자 사역에 대해 "이 사람들을 단순히 먹을 것을 주고 잘해 준다 말할 수 없다"며 "단번에 사람이 180도 바뀔 수는 없다. 더구나 이 사람들은 시간이 배로 걸린다. 그러니 외로운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마음을 헤아림이 필요하다" 그리고 "하나하나 가르쳐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그는 노숙자들과 함께 경기도 광주에서 살고 있다. 몸 담을 곳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자비를 털고 선교 후원금을 모아 조그만한 쉼터를 만들었다. 이곳에는 대부분 정신적 지체를 가지고 있어 사회와 가족에게 버림 받은 노숙자들 10여명이 그와 함께 있다.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겨울에는 물이 나오지 않아 계곡에 들어가 얼음을 깨고 물을 퍼 사용하기 일쑤이며, 난방은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자비로 지금까지 힘겹게 운영해 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고 한다. 의식주의 해결이 안 될 때는 조 목사가 막노동을 해서 돈을 벌어 이들을 먹였고 작은 일도 일일이 조 목사의 손을 거쳤다. 인간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알아야 하고 지켜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일일이 알려줘야 하기에 이제는 지치고 힘들 법도 한데 조 목사는 자신의 사명이라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여자의 몸으로 남자들도 꺼려하는 노숙자들의 생활에 뛰어들었으니 오죽했을까? 아찔하고도 위험한 고비를 넘긴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저와 함께 사는 노숙자가 술에 취해 욕설을 하며 달려든 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당황했는지 몰라요. 언젠가는 도끼를 들고 날뛰던 적도 있고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라고 말하는 조 목사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몸서리를 쳤다. "물론 제가 그 노숙자에게도 단단히 혼을 내며 사람의 됨됨이와 기본적인 예의를 알려주었어요. 지금은 많이 변화됐네요" 라고 작은 미소를 보이는 그는 이러한 변화의 모습에 노숙자와 사역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보람을 갖고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혹자는 노숙자를 위해 사역하는 사람이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도와주니까 노숙자가 자꾸 생겨난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이 사역을 도와주는 사람도, 찬성하는 사람도 적습니다. 되려 눈엣가시로 보니까요" 며 울먹거렸다. 혹독한 마음 고생을 짐작할 수 있었다. 교회나 절도 부자 동네만 찾아가는 현실, 더 크게 더 높게 예배당만 높이 올리는 현실 속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있으니, 어느 누구 한 사람도 이해해주거나 격려해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실제로 예배를 보는 중에도 시장의 한 관계자가 찾아와 나가라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조 목사는 "노숙자를 위해 이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지 노숙자는 교회가 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강조했다. 또한 노숙자를 위한 사역을 단순한 종교의 문제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노숙자 문제를 위해 해결하기 위해 시민, 사회, 국가가 책임을 함께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목사에게는 철칙이 있다. 노숙자들도 일을 해야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그는 그것을 반드시 가르친다. 박스 하나라도 옮기는 것, 쓰레기 하나라도 줍는 스파르타(?)식 교육을 통해 이들을 개선시켜 나간다. 두번째는 밥만 먹여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배워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함께 사는 노숙자 2명이 이번 년도 새 학기부터 대학에 들어간다. 그의 노력은 작고 느리지만, 천천히 결실을 보여주고 있다. 최준형(36. 남)씨는 "없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시는 조 목사님이 감사하다. 잠자리도 제공해주고 어려운 재정에도 불구하고 학교까지 보내주시는 고마운 분이다”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사실 조 목사는 어려움을 모르는 부유한 가정환경 속에 살아왔다. 양친 모두 큰 대학병원 의사였고 자신도 이 사역을 하기 전에는 병원에서 근무했다. 그러던 중 우연찮은 계기로 노숙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제는 그들과 동거동락하며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가 됐다. "집에서는 아들이, 엄마가 제정신이 아니라며 인연을 끊자고 했어요.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네요" 고 멋쩍지만 당당한 웃음을 보였다. 가락시장 노천교회는 1999년에 설립된 건물이 없는 천막교회다. 노숙자들과 함께 가락시장 내부 채소 경매소 근처 귀퉁이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이후 야외 집회 장소에서 급식을 실시했고, 이후에는 무료급식소등의 설치가 불가능하여 빵, 떡등으로 사랑을 나누며 노숙자들과의 관계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노숙인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주거와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 지원에 관한 법률(노숙인복지법)'을 작년 6월에 제정했다. 국가와 지자체가 노숙인에게 적절한 수준의 주거와 보호 등을 제공하도록 명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률이 법으로만 끝나는 서류상의 법이 아닌 실질적인 법으로 도움이 필요한 손길에 해당하는 법이 될 수 있도록여성과 장애인,가족 등 특수 집단에 대한 노숙인 쉼터 확충과 이들의 특성에 따라 전문화 된 자활, 재활프로그램등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 한 사람마저 포기한다면 정말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버림받게 될 한 사람을 위해서 조 목사는 오늘도 마음을 다잡는다. 그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노숙자가 있다면, 결코 이 일을 그만둘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본부 = 박수인 기자 기사제보 - newsshare@newsshare.co.kr < ⓒ 한국인터넷신문방송기자협회 -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연합 네트워크 뉴스쉐어 . > 11 <저작권자 ⓒ 뉴스쉐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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