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은 유난히 춥고 힘들 것 같다. 고공 행진을 거듭하는 물가와 전국을 휩쓸고 있는 축산 농가의 구제역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전국은 한 달 내내 영하 1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혹한에서 벗어나지 못한 동토의 땅이었다.
설 대목에 수요가 많은 채소·과일·육류 등 주요 생필품 가격이 지난해 설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설 차례상비용도 지난해 4인 가족 기준 18만9000원보다 20.1%나 상승한 22만7000원선으로 조사돼 서민들의 주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구제역으로 살처분 당한 가축 수가 전국적으로 3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전체 가축의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경북북부의 경우 90%가 넘는 돼지가 살처분 됐다. 급기야 가축 청정지역으로 불리던 경남 김해와 밀양까지 퍼졌다. 거의 재앙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29일 전염경로에 대한 공식발표 때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축산농민을 지목하더니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찰이 백날 도둑을 지키면 뭐하나. 집주인이 도둑을 잡을 마음이 없는데"라며 구제역 확산 책임도 축산농가에 돌렸다.
그러나 역학조사 결과 지방자치단체 방역기관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생색내기에는 앞 다퉈 고개를 내밀고 책임은 손사래를 치는 정부의 책임불감증이 국민의 마음을 더 상하게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8일 "현재의 구제역 사태를 조속히 종식시키고 모든 상황을 말끔히 수습한 다음 깨끗이 물러나겠다 "고 밝혔다. 장관직에 연연하지 않고 구제역 사태를 조속히 종결지우겠다는 의지에 마지막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구제역 확산과 치솟기만 하는 물가다.
육류 값은 물론이고 소위 MB물가로 불리는 특별관리 품목도 서너 가지를 제외하고 모두 올랐다고 한다. 정부는 67개 품목에 대해 할당관세 인하조치를 취하고 물가 안정에 힘을 쏟고 있다고는 하지만 근본 대책은 못 된다는 것이다. 공공요금도 인상 시기만 재고 있고 유류가격도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다. 공산품 물가는 속성상 한 번 오르면 내려오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일회성이 아닌 정부의 중장기적인 확실한 정책이 필요하다.
올해는 예년처럼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자녀들이 한 상머리에 앉아 떡국 먹으며 부모의 만수무강과 자녀의 만사형통을 빌던 넉넉하고 아름다운 설 풍경을 그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경남본부 = 조현아 기자 newsshare@newssh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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