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 울려 퍼진 김연아의 아리랑 ‘오마주 투 코리아’ 연기는 순위와 무관하게 세계를 ‘코리아 환타지’속으로 빠져들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김연아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 스포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128.59점에 그쳐, 합계 194.50점을 기록하고 안도 미키(도요타자동차)에게 밀려 2위에 그쳤다.
쇼트 프로그램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실수를 범했던 김연아는 이날 벌어진 프리스케이팅서도 트리플 플립 실수로 인해 점수가 깎였고, 지금까지 받았던 가산점도 별로 얻지 못하면서 우승을 안도에게 넘겨주고 말아 아쉬움이 남았다.
2년만에 여왕 복귀를 노렸지만 아쉽게도 ‘여왕의 눈물’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 눈물에 성적이 큰 의미가 되지는 못했다. 김연아의 아리랑은 아름다움과 한국에 대한 사랑과 감사 그 자체였다. 피겨 음악으로 한 번도 쓰이지 않은 음악이라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김연아는 자신을 성원해준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기꺼이 새로운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은반 위에 녹아들어 흐르는 아리랑 음악에 몸을 맡기듯, 천천히 연기를 하는 김연아의 모습은 이미 한국의 딸로서 자랑스런 은반의 여왕이었다. 절정의 순간에 다시 흘러나온 아리랑 선율과 마치 하나가 된 듯 우아하게 흐르는 김연아의 그림 같은 스파이럴 자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비록, 오랜 공백 탓에 점프에서 발목이 잡혀 우승도 아쉽게 놓쳤지만 김연아는 우리 국민들과 조국에게 우승보다 더 값진 감사와 감동을 또 한 번 선물했다.
앞으로 어떻게 점프의 불안정함을 극복하고 세계 앞에 다시 서느냐에 따라, 돌아온 ‘여왕의 미소’를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