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또 다른 서울이 있다는 거 아세요?”원주 토박이 김희범 음악감독, 제2의 서울 탄생시키다
[원주 뉴스쉐어 = 이예지 기자] 백발노인이 돼서도 음악과 어우러진 소소하고 기분 좋은 일상을 꿈꾼다는 강원도 원주시 토박이 김희범(39) 음악감독을 만나 그의 음악에 담긴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삼형제 중 막내였던 김 감독은 초등학교 4학년 클래식기타를 독학해 어리다 무시했던 형들의 색안경을 거뜬히 벗겼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 덕분에 김 감독은 당시 또래 친구들 중 기타의 귀재라 불릴 만했다. 김 감독은 “중학교 시절 록과 팝 음악을 듣다보니 ‘나도 이렇게 멋진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내 노래, 내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며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그의 굳은 의지는 자신의 밴드를 결성하고 앨범을 만들게 했다. 음악을 향해 달려가던 서른 살 즈음 김 감독은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음악만 잘 만들면 되는 줄 알았다. 동료 도움 없이 욕심내서 혼자 작업하려다 보니 앨범이 마무리 되면 심신이 지쳐 한동안 음악작업에 손을 놓게 됐다. 그 후엔 다른 사람 작품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협력해서 연극, 무용, 뮤지컬, 영화 OST 작업을 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음악작업이 이런 것이었구나’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찾게 된 김 감독은 이곳저곳 다니며 음악 작업에 몰두했다. 어느 날 고향 원주에 오니 낯설기도 하면서 평소 당연했던 공간들이 재밌게 느껴졌다고 한다. “사람들이 당연시 여겨 공간의 가치를 몰라보고 재미없어 한다. 그래서 부수고 폐쇄하고 이젠 버리기까지 한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으로 원주를 기록하고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최근 발매한 창작 연주앨범 ‘재클린, 원주를 여행하다’에 대해 소개했다. 한 곡만 작업하려 했으나 연주자, 작가 및 다양한 사람들과 의논한 끝에 3부작 시리즈로 만들 것을 확정지었다. 첫 번째 창작 연주앨범 ‘재클린, 원주를 산책하다’는 원주지역의 뮤지션들, 즉 ‘사람’에 초점을 맞춘 곡이다. 이어 원주 곳곳에 숨어 있는 공간 속 이야기를 담은 두 번째 앨범이 ‘재클린, 원주를 여행하다’이다. 김 감독은 “원주라는 지명이 평범하고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들을 땐 서울보다 원주가 더 럭셔리해보일 수도 있다. 광화문, 종로, 홍대, 압구정도 별 다른 것 없다. 드라마나 음악, 영화에 다수 노출이 되는 것 뿐. 여러 개 작품 속에 원주가 묻어나오면 서울 못지않은 곳으로 탄생될 것이다”라고 애향심을 드러냈다. ‘재클린, 원주를 여행하다’는 몇몇 곡은 해당 장소에서 직접 녹음을 하다 보니 때마침 지나가던 기차소리, 새소리를 연주와 함께 들을 수 있다. 반면 녹음 환경이 좋지 않아 당시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일어났었다. 간현역에 가서 작업할 땐 문이 잠겨있어 레일 중간 간이역에서 녹음을 하거나 무거운 장비를 낑낑 들고 가 녹음을 하던 중 배터리가 부족해 연주 작업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 김 감독은 “연주자 형이 악기소리가 들리지 않자 나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그래서 나는 ‘형 정말 미안한데 배터리가 다 됐다’고 대답했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허탈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서 웃음이 터진 적이 있다”고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이번 앨범을 통해 공간 활용한 창작 연주곡을 만들 수 있다는 것과 대도시 중심이 아닌 지역에서도 충분히 창작 작업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내보이려 한다. 무엇보다 음악 창작에 열의가 뜨거운 김 감독은 “원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뮤지션들도 즐겁고 새로운 발상으로 지역만의 특색을 살려 의미 있게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늦게 가더라도 동료들과 함께 가는 것이 의미가 있고 힘이 된다. 혼자 하는 것은 20대에 충분히 해봤다. 그리고 혼자 하는 것은 외롭고 더 금방 좌절한다. 실패도 같이 해야 위로도 되고 서로 싸움도 하고 화도 내며 다양하게 창조해 나갈 수 있다”고 한다. 올해엔 원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원주 곳곳에 담긴 추억의 글들을 모아 음악이 있는 소설 모음집인 세 번째 창착 연주앨범 ‘재클린, 원주를 이야기하다’를 발매할 예정이다. “시민들이 듣고 미소 한번 지었으면 좋겠고 기분 좋아지길 바란다”는 김 감독의 말이 불현 듯 떠오르며 원주 길목에 서있는 또 한명의 시민으로서 나만의 추억을 회상하며 미소가 지어진다. < ⓒ 뉴스쉐어 -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35 <저작권자 ⓒ 뉴스쉐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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